中 "'하얼빈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기존과 달라…미국서 유입"
프랑스·이탈리아 등서도 '중국 기원설' 놓고 시끌벅적
(선양·홍콩=연합뉴스) 차병섭 안승섭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기원을 놓고 곳곳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그 초점은 코로나19의 기원이 중국이냐 여부에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29일 중국신문망과 글로벌타임스 등 중국매체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최근 하얼빈(哈爾濱)에서 유행하는 코로나19는 기존의 코로나19 바이러스와 확연히 다른 것으로 미국에서 유입된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공정원 원사인 장쉐(張學) 하얼빈 의대 학장은 전날 헤이룽장성 정부 기자회견을 통해 현지 코로나19 환자의 게놈(genome·유전체) 서열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하얼빈 당국은 그동안 역학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현지 집단감염이 지난달 19일 미국에서 귀국한 중국인 여성 한(韓) 모 씨에게서 시작된 것으로 판단했다.
한씨와 한 건물에 사는 이웃이 엘리베이터 등에서 바이러스에 노출돼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고, 이후 병원내 감염으로까지 이어지면서 27일 기준 68명이 확진, 21명이 무증상 감염 상태라는 것이다.
헤이룽장성 질병예방통제센터는 지난 15일 환자 21명의 게놈 서열 자료를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로 보내 분석했는데, 조사 결과는 이러한 관측을 뒷받침한다는 게 장 원사 설명이다.
장 원사는 "환자들의 게놈 서열은 99.99% 이상 같았다. 그중 18명은 완전 같았고, 나머지 3명은 뉴클레오티드 1~2개가 달랐는데, 거의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또 "21명의 유전체 정보를 분석한 결과 전염원이 하나이며, 외국에서 유입된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기존에 중국인들 사이에 확산한 바이러스와 해당 바이러스의 게놈 서열이 분명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중국 학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이번 조사 결과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원이 여러곳임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코로나19 '중국 기원설'을 반박하려는 시도까지 했다.
양잔추(楊占秋) 우한(武漢)대학 의학부 바이러스학연구소 부소장은 글로벌타임스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는 바이러스의 기원이 다양하고 전염력이 다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양 부소장은 "후베이성 우한이 코로나19의 진원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음을 보여준다"면서 정치적 목적을 갖고 중국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하는 세력을 비판했다는 게 글로벌타임스 설명이다.
그는 "우한은 코로나19 환자를 처음 보고한 곳일 뿐"이라면서 지난해 미국에서 인플루엔자로 죽은 사람 일부가 사실은 코로나19로 사망했을 수 있는 만큼 미국이 코로나19의 기원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에 프랑스에서 발생한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직접 오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프랑스 파스퇴르 연구소 유전공학 연구팀은 프랑스 전역의 코로나19 환자 90여 명의 샘플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바이러스가 모두 하나의 유전적 계통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들 바이러스는 모두 중국이 아닌 미국과 유럽에서만 발견된 변종이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프랑스에서 지난 1월 말 최초로 발생한 코로나19 환자는 중국 후베이성을 방문했던 사람이었는데, 연구팀이 분석한 여러 바이러스는 이 환자의 바이러스와는 다른 계통이었다는 얘기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중국 과학자들에 의해 코로나19의 중국 기원설을 부인하는 데 이용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중국 관영 매체와 누리꾼들은 이탈리아 마리오 네그리 약학연구소 소장 주세페 레무치의 발언을 이용해 중국 기원설을 적극적으로 부인하기도 했다.
지난달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의사들은 지난해 12월 심지어 11월에 특히 노인을 중심으로 매우 이상하고 심각한 폐렴이 발생한 것을 기억하고 있다"며 "이는 우리가 중국에서 전염병이 발생했다는 것을 알기 전에 적어도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에서는 바이러스가 유행했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신의 발언이 '중국 기원설'을 부인하는 데 이용되자 레무치 소장은 불쾌감을 서슴없이 드러냈다.
그는 "이는 대학 교과서에 실릴 만한 사례로서, 과학 자료가 선전을 위해 어떻게 조작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중국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보건 전문가인 벤자민 뉴먼은 파스퇴르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대해 "프랑스에서 발생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벨기에에서 들어왔을 수 있다"며 "벨기에의 바이러스는 중국에서 기원한 바이러스와 밀접하게 연관됐다"고 밝혀 코로나19의 기원이 결국 중국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bsch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