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 핵 25~30개로 조각 나…"혜성 소멸 지배적 원리 입증"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5월 밤하늘에서 맨눈으로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던 아틀라스 혜성(C.2019 Y4)의 파편화가 허블 우주망원경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29일에 처음 관측된 아틀라스 혜성은 금세기 들어 가장 밝은 혜성으로 장관을 이룰 것으로 예측됐으나 지난달 중순부터 갑자기 빛을 잃기 시작하더니 이달 초에는 세 조각으로 쪼개진 것이 아마추어 천문가에게 관측되기도 했다.
허블 우주망원경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STScI)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UCLA)의 데이비드 제윗 교수팀과 메릴랜드대학 예콴지 박사팀이 각각 허블 망원경을 통해 아틀라스 혜성이 수십개로 쪼개진 선명한 이미지를 포착해 공개했다.
지난 20일에 포착한 이미지에는 아틀라스 혜성이 약 30개로 쪼개져 있었으며, 사흘 뒤인 23일에 잡힌 이미지에서는 25조각이 나 있었다. 혜성의 조각들은 모두 먼지 꼬리에 둘러싸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편화가 진행되기 전 혜성의 핵은 축구장 두 개 길이를 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됐다. 이 핵이 수십개로 쪼개진 것이며 허블 망원경은 집채 크기의 파편까지 포착했다.
연구팀은 이 이미지들이 혜성의 파편화가 흔하게 일어나는 현상이며 먼지 얼음덩어리인 혜성이 소멸하는 지배적인 원리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추가적인 증거로 해석했다.
제윗 교수는 "혜성의 외양이 이틀 사이에 크게 바뀌어 혜성 조각을 찾아내는 것이 상당히 어려울 정도였다"면서 "혜성 조각들이 태양 빛을 받아 크리스마스트리에 매단 전등처럼 켜졌다 꺼졌다 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조각이 생성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예 박사는 "파편화한 혜성은 대부분 너무 희미해 관측되지 않는다"면서 "아틀라스 혜성과 같은 규모의 혜성이 파편화하는 것은 10년에 한 두차례만 발생하는 것"이라고 했다.
혜성의 파편화는 순식간에 예측 불가능하게 일어나 이를 관측한 자료가 드물다. 이 때문에 파편화가 일어나는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다만 핵의 얼음이 기체로 바뀌어 가스가 분출하는 승화 과정이 혜성 표면에서 골고루 이뤄지지 않아 원래 진행되던 핵의 회전이 파편화를 가져온다는 것이 유력한 가설로 돼있다.
제윗 교수는 "허블망원경으로 관측한 자료에 대한 추가적인 분석은 이 가설이 옳은지를 보여줄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이를 떠나 허블이 죽어가는 혜성을 관측했다는 것은 매우 특별한 것"이라고 했다.
아틀라스 혜성은 허블 망원경이 관측할 때 지구에서 약 1억4천500만㎞ 떨어진 화성 궤도 안쪽에 있었다. 지구에는 다음 달 23일 1억1천500만㎞까지 접근하며, 태양에는 8일 뒤 3천700만㎞까지 다가가게 된다.
아틀라스라는 명칭은 하와이대학 천문연구소의 'ATLAS'(소행성 충돌 최종 경보시스템)를 통해 처음 확인됐다고 해서 붙여졌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지구방위 프로젝트에 따라 운영되는 이 시스템은 두 대의 자동 관측 망원경으로 구성돼 지구에 근접하는 소행성이나 혜성 등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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