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영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전쟁 최전선에 있는 국민보건서비스(NHS) 근로자들이 가운이 부족해 쓰레기봉투를 사용하고 자체제작한 임시변통 마스크를 착용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당국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29일(현지시간) 전했다.
이에 따르면 BBC방송의 탐사 프로그램 '파노라마'는 지난 27일 영국 정부가 전염병 유행에 대비해 가운과 안면 보호구를 포함한 주요 개인보호장비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프로그램은 정부의 준비 부족으로 보건의료 근로자가 코로나19 노출에 취약해졌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영국 정부는 보건의료 근로자 82명, 요양원과 사회복지 분야 종사자 16명을 포함해 98명이 코로나19로 사망한 것으로 집계했다.
그러나 간호사들이 운영하는 한 웹사이트에선 숨진 의료진이 최소한 140명이라고 밝혔다.
보건당국은 개인보호장비를 확보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맷 행콕 보건장관은 지난 28일 LBC 라디오와 인터뷰를 하는 도중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숨진 의사 압둘 마부드 초두리의 아들(18)의 전화를 받고서 호된 비판을 들어야 했다.
초두리는 지난달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보리스 존슨 총리에게 NHS 소속 의료진이 개인보호장비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공개서한을 보낸 뒤 코로나19 증상 악화로 사망했다.
아들인 인티사르 초두리는 장비 부족에 대한 아버지의 경고를 당국이 심각하게 받아들였는지를 장관에게 캐물었다.
행콕 장관은 의료진의 사망은 유감이라며 "우리는 정말로 당신의 아버지가 말한 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였고 충분한 장비를 갖출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도 "공급할 수 있는 충분한 장비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는 우리의 지침에 맞춰 사용하는 경우"라고 거론한 바 있다.
그는 "우리는 모두가 장비를 중요한 자원으로 사용하기를 바란다"며 "이는 다시 말하면 임상적 필요가 있을 때 쓰는 것이지 필요 이상으로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행콕 장관은 환자 몇 명을 치료하는데 이용할 수 있는데도 의료진이 가운과 마스크를 1회 착용해 이것들을 낭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식으로 암시했다고 WP는 전했다.
그는 다음날 영국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재차 현장에서 필요한 양 만큼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 장비 부족으로 이에는 막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의사들의 단체인 영국의료협회(BMA)는 가운을 포함한 장비 부족에 또다시 우려를 표명했다.
BMA의 찬드 나그폴 회장은 지금 상황은 "매우 가변적"이라며 일부 병원에선 장비 공급량이 충분하다고 하는 반면 다른 병원에선 마지막 물품을 쓰고 있어 긴급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나그폴 회장은 의사들 다수가 눈 보호 안경을 갖고 있지 않다며 이들이 안면 보호구와 고글을 기부하는 학교와 지역 기업에 의존한다고 부연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코로나19에서 회복해 최근 업무에 복귀한 존슨 총리가 처음으로 주재한 회의에서도 개인보호장비 공급을 위한 정부의 긴급대책에 논의가 집중됐다.
BBC는 해당 프로그램에서 2009년 당시 개인보호장비 비축 시 재난 대응 장비 세트에 필수 품목이 포함되지 않았으며 부족한 장비를 구매해야 한다는 경고를 정부가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영국 정부가 지난주 최신 임상 지침을 갱신하면서 보호장비 재사용과 필요하다면 일회용 앞치마 사용을 제시한 것을 두고서도 의료단체의 비난이 이어졌다.
영국에선 일반인과 보건의료 근로자에 대한 코로나19 검사량이 적다는 점과 특히 요양원에서 사망자 수가 급증한다는 점에서도 정부의 대책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영국 통계청 발표에선 전체 코로나19 관련 사망자 중 3분의 1 정도가 요양원에서 발생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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