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가치 하락 및 실업 문제 심각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지중해 연안의 중동국가 레바논에서 생활고 시위가 연일 벌어지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레바논 매체 '데일리스타'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28일 밤 레바논 주요 도시에서 시민들이 경제난과 관련해 정부를 비판하고 일부 시위대는 은행 기물을 파손하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레바논 남부 도시 시돈에서 시민들이 중앙은행 지점에 화염병을 던지고 여러 상업은행에서 창문을 깼다.
군경이 시위대를 해산하는 과정에서 군인과 시민 여러 명이 다쳤다.
북부 도시 트리폴리 시민들도 광장에서 집회를 열었고 거리에 있던 군경을 향해 돌을 던졌다.
수도 베이루트에서도 이날 반정부 시위가 진행됐다.
이날까지 레바논에서 사흘 연속으로 밤에 시위가 이어졌다고 데일리스타가 전했다.
특히 27일 밤 파와즈 푸아드 알삼만(26)이라는 남성이 반정부 시위를 하다가 군인이 쏜 총을 맞은 뒤 다음날 오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레바논에서는 지난 2월 21일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표된 뒤 반정부 시위가 뜸했다가 이달 하순 시민들이 본격적으로 거리에 다시 나선 것이다.
앞서 지난해 10월 왓츠앱 등 메신저 프로그램의 세금 계획에 대한 반발로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뒤 정국 혼란이 올해 초까지 4개월 넘게 이어졌다.
최근 시위대의 은행 공격은 예금 인출 제한과 레바논 통화의 가치 하락 등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결과로 풀이된다.
은행들이 현금 부족을 우려해 달러 등의 예금 인출을 제한하면서 시민들이 물품 구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레바논 파운드화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물가가 급등했다.
암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파운드화 환율은 최근 4천파운드 가까이 치솟아 공식적인 환율(1천507파운드)의 2배를 웃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실직자가 늘면서 생활고가 심화했다.
올해 1월 하산 디아브 총리가 이끄는 새 내각이 출범했지만, 경제난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1975년부터 1990년까지 장기 내전을 겪은 레바논은 국가부채가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약 150%나 될 정도로 심각하고 청년층 실업률이 30%가 넘는다.
레바논은 18개 종파가 복잡하게 얽힌 '모자이크 국가'다.
독특한 권력 안배 원칙에 따라 대통령은 마론파 기독교, 총리는 이슬람 수니파, 국회의장은 이슬람 시아파가 각각 맡고 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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