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라 "미국 중심 보호무역 기승 우려…5G 조기 도입 전망"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그동안 견고하게 유지돼 온 글로벌 가치사슬(GVC)을 재편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각국은 비용이 아닌 위기관리 관점에서 수급 전략을 재설계해 GVC 체계가 보다 짧아지고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미국을 중심으로 긴급 의료물자와 식량의 수출을 제한하면서 보호무역주의가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30일 코트라(KOTRA)에 따르면 코트라 워싱턴 무역관은 최근 내놓은 '코로나19가 불러온 GVC의 변화' 기고에서 국제기구와 외신, 해외 전문가가 예측한 코로나19 이후의 GVC 양상에 대해 정리했다.
코트라는 이 글에서 "코로나19 사태는 견고한 것으로 인식돼 온 GVC의 구조적 한계를 표면화했다"며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제조업 마비 현상으로 인해 글로벌 공급체계가 위기관리 측면에서 허점이 있음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GVC는 두 개 이상의 국가가 참여하는 생산 네트워크를 의미한다.
지금까지 GVC의 위기관리는 1차 벤더(판매사)를 위주로 설계돼 왔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는 상대적으로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2∼3차 벤더의 공급 중단이 글로벌 기업의 전체 생산을 중단하게 만들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중국 내 와이어링 하니스(자동차용 배선뭉치)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서 국내 완성차 공장이 가동을 멈춘 사례가 대표적이다.
집중화되고 경직된 GVC 구조는 교통, 유통·물류, 생산 등 일시적 또는 국지적 혼란에도 전체 네트워크가 취약해지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GVC 내 과도한 대(對)중국 의존도 문제 역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전 세계 중간재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5%에서 2018년 13%로 급증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월 수출입 동향을 발표하면 "과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보다 중국의 경제 규모와 한국의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많이 증가했고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코로나19의 영향은 사스 때보다 더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기상황에서 각국은 잇달아 보호무역 장치를 가동함으로써 국제 생산 협업 체제에 대한 불신을 오히려 키웠다. 유럽연합(EU)의 의료물자 수출통제, 미국의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강화와 국방물자생산법 발효 등이 그 예다.
코로나19 이후 GVC는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될 수 있다,
미국 USC 대학의 GVC 전문가 빅 비야스 교수는 "글로벌 제조업 생산 체계 본연의 탄력성에 따라 V자 회복을 할 것"이라면서도 "향후 GVC는 중국 비동조화(차이나 디커플링), 수요에 근접한 역내(on-shore/near-shore) 현상, 공급사슬 단위의 분산화 현상을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수년 내 중국을 중심으로 한 공급 네트워크에 대한 의존도가 하락하고 새로운 가치사슬 중심지역으로 멕시코의 부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이 비용이 아닌 위기관리의 관점에서 GVC 전략을 재설계하고 다각화되고 회복력을 갖춘 공급 네트워크를 갖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글로벌 컨설팅사인 매켄지는 위기 시 공급사슬 관리 전략으로 생산과 배송 역량을 최적화하고 공급사 파산이나 신용위기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시나리오별 재정 위기 테스트를 시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불안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보호무역주의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아시아 트레이드센터의 데버러 엘름 이사는 "긴급 의료물자 외에도 식량이나 기타 생필품으로 자국 우선주의가 파급될 수 있다"며 "코로나19 사태 진정 후에도 국가별 자국 주력산업에 대한 보호주의적 정책이 횡행할 개연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미 미국 정부는 수입을 줄이고 제조업 자급도를 높이는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코로나19가 GVC에 가져올 또 하나의 변화는 디지털화다.
미국 로펌 베이커 매켄지의 애넷 페터드 변호사는 "향후 GVC 전략에서 최대 화두는 디지털화"라며 "디지털화는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기술을 통한 관리시스템 마련과 로봇, 3차원(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생산자 동화로 전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트라는 "코로나19로 원격 업무, 관리 자동화 기술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 각국이 5세대 이동통신(5G)을 조기에 도입할 필요성이 커졌다"며 "조기 규제 정립 등 가시적 조처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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