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아이 돌봄 문제 사회 현안 부상…'무신경' 정치권 성토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단계적 해제 주장도…프랑스 사례 언급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에서 단계적 봉쇄 조처 완화에 따른 경제활동 재개 시점과 일선 학교의 개학 시점에 엇박자가 나면서 집에 홀로 남겨진 아이들에 대한 돌봄 문제가 사회적 현안으로 떠올랐다.
29일(현지시간) 현지 언론과 dpa 통신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내달 4일부터 거의 모든 제조업과 건설 공사, 도매 상거래 활동을 재개하는 봉쇄 조처 완화 방안을 지난 26일 발표했다.
이어 18일부터는 일반 소매 상점이 문을 열고 6월 1일에는 음식점·주점 등이 영업을 재개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지난 3월 유럽에서 처음으로 봉쇄령이 내려진 이래 약 3개월 만에 대부분의 경제 활동이 정상화되는 셈이다.
하지만 각급 학교 휴교령 해제는 이번 봉쇄 완화 대상에서 빠져 아이들 돌봄 이슈가 이탈리아 부모들의 큰 고민거리가 됐다.
이탈리아 정부는 점진적 봉쇄 완화안 발표 당시 휴교령 기한이 최소한 새 학기가 시작되는 9월까지는 이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학교를 성급하게 개방할 경우 바이러스 재확산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최소 3개월 이상은 부모들이 아이들을 집에 남겨둔 채 일터로 나가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아이를 가진 부모는 아이들을 누구에게 맡겨야 할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다른 유럽 국가들과 달리 이탈리아는 육아·탁아 복지제도가 잘 정비돼 있지 않아 맞벌이 부부의 경우 한국과 마찬가지로 조부모가 손자·손녀를 돌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노령자들이 코로나19에 매우 취약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러한 조부모 돌봄이 더는 유효하지 않은 분위기다.
봉쇄령 기간 강제 휴직으로 수입이 끊기는 바람에 당장 생활자금이 급한 가정이 많아 추가로 육아휴직을 쓰는 것도 부담이다.
6세 딸을 집에 남기고 출근을 해야 하는 한 여성은 "정말 큰 곤경에 빠졌다"고 현 상황을 표현했다.
이런 배경에서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순차적으로 휴교령을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내각에서 교육 정책을 다룬 경험이 있는 중도 좌파 성향의 알레산드로 푸사키아 하원의원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이를 집에 남겨둔 채 부모들을 일터로 보내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다른 유럽 국가들처럼 시차를 두거나 선택적으로 휴교령을 해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현지에선 학급당 15명 이하로 인원을 제한하고 적절한 방역 조처를 한다는 조건 아래 내달 11일부터 저학년부터 단계적으로 등교를 허용하기로 한 프랑스 사례가 많이 언급되고 있다.
정책 결정권자들이 육아 또는 아이들 돌봄 문제에 지나치게 무신경하다는 비판론도 나온다.
수도 로마에서 유치원을 운영하는 루이사 키아렐리는 dpa 통신에 "(봉쇄령으로)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친구들도 만나지 못하는 아이들의 문제가 정치권에서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다. 아이들의 교육 받을 권리가 외면당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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