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군 공격으로 라카인 등서 주민 수백명 죽거나 다쳐"
'한국인 최초' 유엔 인권특별보고관 임기 이달로 종료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한국인 최초'로 유엔 인권특별보고관으로 활동한 이양희 미얀마 인권특별보고관(64)이 마지막 일성으로 미얀마군의 민간인 공격 혐의에 대한 추가 조사를 촉구했다.
이양희 특별보고관은 29일(중부유럽 현지시간) 제네바에서 발표된 성명을 통해 미얀마 라카인주(州)와 친주(州)에서 미얀마군이 전쟁범죄와 반인륜범죄를 계속 자행하고 있다는 혐의를 제기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이 특별보고관은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에 집중하는 사이 미얀마군은 라카인주에서 민간인을 상대로 계속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는 "(미얀마군이) 국제사회의 인도주의 법률과 인권의 기본 원리를 조직적으로 위반했다"며 "(이러한 행위는) 전쟁범죄와 반인륜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18년 말부터 라카인과 친에서는 불교계 소수민족 라카인족(아라칸족)의 자치권 확대를 요구하는 무장 반군 아라칸군(AA)과 미얀마군 사이에 무력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이 특별보고관에 따르면 라카인과 친에서 미얀마군과 반군의 분쟁이 시작된 이래 민간인 수백명이 죽거나 다치고 15만7천명이 피란했다.
이 특별보고관은 미얀마군의 범죄 혐의를 국제기준에 맞게 조사하고 범죄 주체에 책임을 물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수십년간 땃마도(미얀마군의 공식 명칭)의 전술은 의도적으로 민간인의 고통을 극대화하는 것이라는 점은 그들이 2017년 로힝야를 상대로 벌인 일에서 알 수 있다"며 "그들은 갈등지역에 있는 라카인족과 므로족 등 모든 민간인을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2017년 8월 미얀마군은 서부 라카인에서 무슬림 소수종족 로힝야의 반군을 토벌한다며 대대적인 군사작전을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학살, 성폭행, 방화가 벌어져 로힝야 마을이 파괴되고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다. 로힝야족 70만명 이상이 국경을 넘어 인근 방글라데시로 피란했다.
유엔은 이 특별보고관의 조사 결과를 근거로 미얀마군의 토벌작전이 '종족말살(genocide)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 특별보고관 등의 노력으로 국제사회는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을 유엔 최고법정인 국제사법재판소(ICJ)의 피고석에 세웠다. ICJ는 올해 1월 미얀마 정부에 로힝야 종족말살 방지를 위한 모든 조처를 단행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책임자 단죄' 압력에도 현재까지 고작 하위직 5명가량만 처벌을 받았을 뿐 미얀마군 고위 인사는 단 1명도 심판을 받지 않았다.
이 특별보고관은 이날 성명에서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은 땃마도는 면책 보호를 받으며 군사작전을 계속 수행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날 성명은 임기가 이달로 끝나는 이 특별보고관의 '마지막 성명'이라고 독일 dpa통신이 전했다.
2014년 5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유엔 인권 특별보고관에 임명된 이 특별보고관은 '박정희 대통령의 정적(政敵)' 이철승 전 신민당 대표의 딸이다.
5·16 쿠데타로 미국에서 10년간 망명객으로 살았던 부친은 이 특별보고관이 유엔에서 활동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과거 이 특별보고관은 "난민 수준의 생활을 하면서 인권과 자유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절감하게 됐다"고 망명 생활을 회고했다.
그는 2011년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요청으로 한나라당 비대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tr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