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교황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생계 위기에 놓인 성전환한 성 노동자들 긴급 구호에 나섰다고 dpa·로이터 통신 등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교황 자선 자금을 관리하는 콘라드 크라예프스키(56) 추기경은 최근 수도 로마에서 남쪽으로 40㎞가량 떨어진 토르바이아니카 지역 교구에 성 노동자를 지원하는 구호금을 전달했다.
코로나19로 수입이 완전히 끊긴 성 노동자 20여명이 해당 교구의 안드레아 코노키아 사제를 찾아 생계 지원을 요청했고, 코노키아 사제가 이들의 사정을 알리는 서한을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에게 보내면서 이뤄진 일이다.
코노키아 사제는 서한에서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일을 하는 이들은 서류상으로 정부 지원 대상에서도 제외돼 생계가 막막한 처지라며 딱한 사정을 설명했다고 한다.
도움을 요청한 이들은 성전환자로, 대부분 가톨릭을 믿는 중남미지역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코노키아 사제의 지원 요청을 받아들여 자신이 관리하는 교황 자선기금을 통해 구호금을 전달했다.
그는 "내 임무는 어려움에 빠진 사람을 돕고 교황 자선기금을 비우는 것"이라며 "이는 교회에서 하는 일상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폴란드 출신인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한 해인 2013년 자선기금 총책임자로 임명됐다. 현재 최연소 추기경 가운데 하나다.
교황청의 자선활동을 총괄하는 직책을 맡은 이후 다양한 선행이 언론에 알려지며 '교황의 로빈후드'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밤에 일상복으로 갈아입고 노숙자에게 음식을 제공하는가 하면 작년에는 불법 이민자 수백명이 거주하는 로마 시내 한 건물에 대해 당국이 요금 미납을 이유로 전기를 끊자 직접 맨홀 아래로 내려가 전기공급을 복구해 화제를 모았다.
최근에는 교황청 인근에 노숙자가 샤워·이발을 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보호소를 열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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