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어떤 혈압약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위험을 높이거나 증상을 악화시키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뉴욕 타임스 인터넷판이 1일 보도했다.
앞서 고혈압 환자는 코로나19에서 잘 회복되지 않고 증상이 악화되며 이는 혈압약 때문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중국에서 나오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혈압약 중 특히 안지오텐신 전환효소(ACE) 억제제와 안지오텐신2 수용체 차단제(ARB)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동물실험 결과도 나왔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세포에 침투할 때 숙주 세포의 ACE2 단백질과 결합하는데 이 두 가지 혈압약이 ACE2 단백질을 증가시켜 바이러스의 세포 진입을 쉽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반대되는 동물실험 결과도 있어 상황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이 두 가지 혈압약은 오히려 코로나19 환자에게 폐의 염증을 진정시켜 증상이 악화되지 않도록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것이 맞는지 밝히기 위해 미국 뉴욕대학 심혈관 임상연구센터의 하머니 헤이놀즈 교수 연구팀은 확진 후 치료를 받고 있는 코로나19 환자 5천894명을 포함해 총 1만2천594명의 의료기록을 분석했다.
코로나19 환자 중에는 감염 확진 전에 각종 혈압약을 먹고 있던 고혈압 환자들도 있다.
분석 결과 ACE 억제제, ARB, 칼슘통로 차단제, 베타차단제, 이뇨제 등 어떤 종류의 혈압약도 코로나19 감염 위험 또는 증상 악화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혈압약 복용이 코로나19 감염 위험 또는 증상 악화와 10%이상만 연관이 있으면 "임상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혈압약을 복용한 그룹과 복용하지 않는 그룹 사이에는 "의미있는 차이"가 없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환자들의 연령, 성별, 인종, 흡연 등 다른 변수들을 고려했지만 이러한 결과에는 변함이 없었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ACE 억제제는 리시노프릴, 카프토프릴 등 성분 이름이 '프릴'(-pril)로 끝나는 약이고 ARB는 로사르탄, 발사르탄 등 성분 이름이 '사르탄'(sartan)으로 끝난다.
제품명으로 보면 ACE 억제제에는 제스트릴, 프리니빌 등이 있고 ARB에는 코자르, 아타칸드 등이 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의 권위 있는 의학전문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최신호(5월 1일 자)에 발표됐다.
skh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