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3월 전일제 취업자 7.6% 감소…통계청 -0.7%보다 심각"

입력 2020-05-06 11:07  

한경연 "3월 전일제 취업자 7.6% 감소…통계청 -0.7%보다 심각"
예술 스포츠 여가업 2%↑→17%↓…60세 이상 취업자도 7%↑→-1%↓
"대량 해고보다 무급휴직·근로시간 단축 등 대응 의미있어"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고용시장 충격이 정부 발표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고 대신 추진하는 무급 휴직과 근로시간 단축 등 일자리 나누기가 대량 실업을 막는 방법으로 의미가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 3월 취업자, 통계청 발표는 -0.7%·전일제 환산 기준 -7.6%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성신여대 박기성 교수팀에 의뢰한 '전일제 환산(FTE) 취업자 수 추정 및 분석'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6일 밝혔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3월 FTE 취업자 증가율은 작년 동월 대비 7.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취업자 전년 대비 감소율인 0.7%보다 약 10배 가파른 것이다.

한경연은 코로나19가 고용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이 'IMF 외환위기' 당시(-7.0%)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정부의 분석보다 훨씬 상황이 부정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박 교수팀은 고용동향 통계 원자료인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재가공해 FTE 방식으로 취업자 규모를 산출했다.
통계청 고용통계는 머릿수 계산 방식을 취해 1주일에 2시간 일하는 사람과 100시간 일하는 사람의 차이가 반영되지 않지만, FTE 방식은 취업자가 실제 일하는 시간을 반영해 현재 고용상황에 대해 더 정확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고 한경연은 설명했다.

◇ 예술·스포츠·여가 서비스업 실질 감소율 -16.8% 달해
박 교수팀의 분석 결과 코로나19로 가장 많은 타격을 입은 직종은 대면 서비스직이었다.
통계청 발표를 보면 전년 동기 대비 3월 취업자 감소율은 ▲ 도매 및 소매업 -4.6% ▲ 숙박 및 음식점업 -4.9% ▲ 교육 서비스업 -5.4% 순으로 컸다.
이를 FTE 기준으로 보면 ▲ 도매 및 소매업 -11.2% ▲ 숙박 및 음식점업 -14.6% ▲ 교육 서비스업 -24.9% 순으로 커 통계청 발표보다 2∼4배 이상 감소율이 높았다.
통계청 발표에서 3월 취업자가 증가했지만, FTE 기준으로는 감소한 업종도 있다.

업종별로 ▲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3.7%→-3.9%(통계청 발표→FTE 기준) ▲ 예술·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 2.0%→-16.8% ▲ 운수 및 창고업 5.0%→-5.4% ▲ 사업시설관리, 사업지원 및 임대서비스업 1.5%→-4.3% 등이었다.
한경연은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은 의료 수요와 정부 일자리 정책으로, 운수·창고업은 외출 자제에 따른 택배 등 물류서비스 이용 증가로 다른 업종에 비해 피해가 적은 것으로 파악됐지만, FTE 기준으로는 상반된 결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 운수 및 창고업의 경우 이 업종에 항공업 종사자들이 포함돼 있는데, 최근 항공업계에서 대규모 일시 휴직 바람이 불었던 것이 FTE 방식 통계에는 반영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예술·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은 코로나19 고위험군으로 지목됐던 노래방, PC방 등 유흥시설이 포함됐는데, 통계청 방식 취업자 수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FTE 방식으로는 전체 업종 중 두 번째로 가파르게 일자리가 줄어들었다고 부연했다.
박 교수는 "FTE 기준으로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실질적 일자리가 훨씬 더 심각하게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며 "정부가 서비스업종 근로자에 대한 지원 대책을 마련할 때 통계청 방식뿐 아니라 FTE 방식 통계에서 나타난 피해 규모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고령자 일자리, 통계청 통계는 7.4%↑, 전일제 방식으로는 1.0%↓
연령별 분석에서도 통계청 발표와 FTE 기준 분석 간 차이가 있었다.
통계청은 3월 고용동향 자료에서 60대 이상 연령대에서 유일하게 취업자 수가 전년보다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FTE 기준으로는 노인 일자리도 감소세였다.

통계청의 연령별 3월 취업자 증감률은 ▲ 60세 이상 7.4% ▲ 50대 -1.2% ▲ 40대 -1.8% ▲ 30대 -2.0% ▲ 20대 -4.8% 등으로 60대 이상이 상승했다.
하지만 FTE 기준으로 보면 ▲ 60세 이상 -1.0% ▲ 50대 -8.5% ▲ 40대 -8.9% ▲ 30대 -7.5% ▲ 20대 -10.0% 등 60대 이상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한경연은 60대에서 머릿수 계산 방식 취업자 수와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간 사이의 괴리가 가장 크게 나타났다며 노인층의 실질적 고용, 소득 상황이 통계청 통계가 보여준 것보다 더 크게 악화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 "대량 해고보다 무급휴직·근로시간 단축 등 대응 의미있어"
박 교수는 "FTE 분석 결과는 지금보다 더욱 과감한 민생 지원 대책이 필요함을 보여준다"면서도 "FTE 방식 통계와 통계청 통계의 괴리는 경제 충격에 대한 일시 휴직과 근로시간 단축 위주의 대응이 일단 대량 실업 발생을 피하는 완충 역할을 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항공업계에서 보이듯 경제 충격 초기에 기업들이 대량 해고보다 일단 무급휴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대응한 것이 주요했다고 봤다.
근로자들도 당장 실업자가 되기보다 경기 회복을 기대하며 정부 지원을 기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는 것이다.
한경연은 과거 네덜란드는 1980년대 바세나르 협약을 통해, 독일은 2000년대 하르츠 개혁을 통해 대량 해고 대신 근로시간을 단축으로 위기를 극복했다면서 이 같은 절충이 최근 미국에서 수천만 명의 실업자가 양산되는 상황과 대비된다고 강조했다
d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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