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시카고 흑인 정치인, 마스크 쓰고 쇼핑 갔다가 불심검문 수모

입력 2020-05-07 06:32   수정 2020-05-07 08:49

미 시카고 흑인 정치인, 마스크 쓰고 쇼핑 갔다가 불심검문 수모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 일리노이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주지사 행정명령으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가운데 흑인 정치인이 마스크를 쓰고 쇼핑을 갔다가 복면강도로 오인돼 경찰의 불심검문을 받는 수모를 겪었다.
6일(현지시간) 시카고 abc방송 등에 따르면 일리노이 주하원의원 캄 버크너(민주·시카고)는 일요일인 지난 4일 시카고 자택 인근 가게에서 물건을 사고 나오다 경찰에 의해 멈춰 세워졌다.
버크너 의원은 일리노이주의 코로나19 대응 지침에 따라 마스크를 쓰고 장갑을 낀 상태였으며, 운동복 차림이었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가게를 나오는데 정복 경찰관이 다가와 카트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물었다. 방금 가게에서 물건값을 지불하고 나오는 길이라고 했더니 영수증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주머니 속을 뒤져 영수증을 꺼내 보여주니, 보는 둥 마는 둥 하고 신분증을 요구했다"면서 "신분증을 건네주니 순찰차로 가서 수분간 머물렀다 돌아와 신분증과 영수증을 돌려주었다"고 서술했다.
버크너 의원은 "나를 불러 세운 이유를 묻자 경찰관은 '일부 사람들이 코로나19를 나쁜 일 하는데 악용한다'면서 '마스크를 쓴 관계로 당신 얼굴을 볼 수 없다. 당신은 뭔가 수상쩍어 보였다'고 말했다"며 "무엇이 수상쩍어 보였을까"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도 아무 문제 없이 출입구를 들고 나는 모습을 보면서 어릴 적부터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경계심 어린 시선을 감내하며 살아야 한 점이 새삼 마음 아프게 느껴졌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후드티를 입은 흑인'이고 수상쩍어 보인다는 이유로 자율방범대원의 총에 맞아 숨진 플로리다주 10대 트레이본 마틴(2012년 당시 17세) 사건을 떠올리며 "흑인 남성들이 마스크 의무화 지침에 따르기 위해 감내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고 덧붙였다.
JB 프리츠커 일리노이주지사는 이 소식을 접한 뒤 "인종차별적 요소가 개입됐다고 생각한다"며 "경위를 확인한 뒤 분명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프리츠커 주지사는 지난 1일부터 일리노이 전역에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일리노이를 비롯한 미국의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소매업체들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지만, 미국은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금지법'(Anti-Mask)을 시행하는 지자체들도 있는 나라다.
미국의 복면금지법은 1845년 뉴욕주에서 과도한 토지임대료에 반발한 소작농들이 원주민 분장을 하고 폭동을 일으킨데 대응해 처음 제정됐으며 20세기 중반부터는 반(反)유대·백인우월주의 단체 큐 클럭스 클랜(KKK) 활동을 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21세기 들어서는 시위대가 복면을 쓰고 폭력적 행동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여러 지자체가 입법화했다.
복면금지법은 미국 수정헌법 1조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종종 소송 대상이 되기도 한다.
(ENG·中文) 코로나19 잡는 北 마스크?…"30번 빨아도 살균율 99%"
chicagor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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