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리라화 장중 달러 대비 가치 역대 최저 기록(종합)

입력 2020-05-08 00:07  

터키 리라화 장중 달러 대비 가치 역대 최저 기록(종합)
1달러당 7.2690리라…2018년 금융위기 당시 1달러당 7.2362리라
급격한 기준금리 인하·코로나19 영향으로 리라 약세 지속
터키 재무 "외화보유액 충분…G20과 통화 스와프 체결 중요"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터키 리라화의 달러 대비 가치가 7일(현지시간) 장중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오전 달러 대비 리라화의 가치는 전날보다 1.0% 하락한 1달러당 7.2690리라까지 떨어졌다가 오후 2시 30분 현재 달러당 7.1500리라 선을 회복했다.
이는 지난 2018년 8월 '터키 금융위기' 당시 기록된 달러당 7.2362리라를 경신한 것으로, 달러당 6리라 전후에서 거래된 연초와 비교해도 약 20% 하락한 것이다.
2018년 금융위기 당시 터키는 미국인 목사 투옥과 관세 갈등 등으로 대미 관계가 얼어붙으면서 리라 폭락사태를 겪었다.
이에 터키 중앙은행은 환율 방어를 위해 무라트 체틴카야 전 총재 주도로 기준금리를 6.25%포인트 올렸고, 터키의 기준금리는 24%로 급등했다.
일반적으로 기준 금리를 올리면 외화 대비 자국 통화의 가치가 높아지고, 기준 금리를 낮추면 자국 통화의 가치는 낮아진다.
그러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 같은 고금리가 물가 인상을 유도한다며 공공연하게 불만을 나타냈다.
다만,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 같은 견해는 현대 경제학 이론과는 배치된다. 현대 경제학에서는 금리를 인하할 경우 오히려 통화량이 증가해 물가가 상승한다고 보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체틴카야 전 총재에게 금리 인하를 요구했으나 이에 응하지 않자 지난해 7월 그를 해임하고 무라트 우이살 부총재를 총재직에 앉혔다.
우이살 총재는 취임 이후 10개월간 8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해 24%에 달하던 기준금리를 8.75%로 낮췄다.
중앙은행의 급격한 기준 금리 인하에 국내외 경제 전문가들은 리라화 가치가 급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 왔다.
영국 라보뱅크의 피오트르 매티스 분석가는 터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한 지난달 22일 "이는 리라화가 훨씬 덜 매력적으로 될 것이라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경제활동에 큰 타격을 받은 것도 리라 가치 하락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이날까지 터키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3만1천744명, 누적 사망자 수는 3천584명으로 집계됐다.
터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 3월 카페·식당·영화관·체육관 등에 영업을 중단하게 했으며, 모든 국내·외 항공편 운항을 중단했다.
이에 터키의 주요 산업인 관광업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으면서 외화 획득에 차질이 빚어졌다.
터키 투자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터키의 관광산업은 국내총생산(GDP)에서 4.37%의 비중을 차지하는 주축산업일 뿐 아니라 경상수지 적자의 80%를 직접 보전하는 외화 획득원이기도 하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터키 중앙은행이 환율 방어를 위해 이번 주에만 적어도 15억 달러(약 1조8천300억원)를 팔았다"고 전했다.
터키 중앙은행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터키의 외화 보유액은 920억 달러다. 한국의 외화 보유액 4천억 달러와 비교하면 4분의 1수준에 그친다.
그러나 블룸버그 통신은 터키의 순 외화보유액은 연초보다 150억 달러가량 줄어든 250억 달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는 이마저도 "우리가 계산한 바로는 스와프(외환위기 등 비상시에 상대국에 자국 통화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나 달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계약) 거래를 통해 빌려온 자금을 제외하면 터키의 보유 외환은 이미 0 이하로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로이터 통신도 "터키의 순 외화보유액이 연초 400억 달러에서 2주 전 250억 달러까지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터키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나, 터키 정부는 IMF에 손을 벌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사위인 베라트 알바이라크 재무장관은 전날 투자자 설명회에서 "중앙은행의 보유 외화는 충분하다"며 "IMF에서 돈을 빌려올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알바이라크 장관은 "IMF 차입 대신 주요 20개국(G20)과 통화 스와프 협정을 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kind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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