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속 난민 구조활동 제한될듯…몰타는 교황청에 '난민 수용' 요청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정부가 안전 규정 위반을 이유로 독일과 스페인의 난민 구조선을 잇달아 압류했다.
dpa·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해상경비대는 지난 5일(현지시간) 독일 민간구호단체 '씨-아이'(Sea-Eye)가 운영하는 난민 구조선인 '알란 쿠르디'호를 압류 조처했다.
알란 쿠르디호는 지난달 6일 지중해에서 구조한 난민 150여명을 이탈리아 당국이 준비한 격리용 페리에 옮겨 태운 뒤 최근 시칠리아섬 팔레르모항에 입항했다.
페리에서 2주의 격리 기간을 보낸 난민들도 최근 시칠리아 팔레르모항에 하선했다. 이들은 코로나19 검사에서 전원 음성 판정을 받았다.
당국은 또 6일에는 스페인 구호단체인 '인도주의적 해상 구조' 소속 난민 구조선 '아이타 마리'호를 압류했다. 아이타 마리호는 최근 지중해에서 34명의 난민을 구조해 시칠리아까지 이송한 바 있다.
이탈리아 당국은 지난달 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보건비상사태 기간(∼7월 31일) 난민 구조선의 입항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공표했다.
하지만 두 선박은 이후에도 난민 구조 활동을 멈추지 않아 이탈리아 정부와 갈등을 빚어왔다.
이탈리아 당국은 이번 압류 조처에 대해 "선상 조사 결과 여러 안전 규정 위반 사례가 적발됐다"고 배경을 설명했으나, 어떤 종류의 하자인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두 구호단체는 이번 조처가 자신들의 난민 구조 활동을 막기 위한 의도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씨-아이 관계자는 "매우 괴상한 조처"라면서 "이는 순전히 우리의 구조 활동 노력을 옥죄어 서서히 중단시키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알란 쿠르디호는 당국의 선박 압류로 이달 말까지는 구조 활동 재개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탈리아 내무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최근까지 보트 등을 타고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에 도착한 이주민 수는 4천69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842명) 대비 5배 가까이 늘었다. 5월 들어서만 엿새간 604명이 지중해를 건넌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이탈리아와 더불어 난민구조선 입항 금지를 선언한 몰타는 최근 교황청에 보낸 외교 공문을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연대의 표시로 난민을 수용해달라고 요청했다고 dpa 통신이 5일 보도했다.
현재 몰타 인근 해상에는 아프리카 난민 56명을 태운 관광 보트가 정박할 항구를 찾지 못하고 떠돌고 있다.
몰타 당국은 다른 EU 회원국의 수용 동의가 없는 한 보트 입항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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