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맥주 사라진 멕시코…코로나19로 생산 멈추자 재고 바닥

입력 2020-05-08 02:16  

코로나맥주 사라진 멕시코…코로나19로 생산 멈추자 재고 바닥
편의점 맥주 냉장고 '텅텅'…"가격 급등에 암시장까지 등장"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멕시코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는 꺾이지 않고 있지만 또 다른 코로나는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멕시코인들이 사랑하는 맥주 코로나다.
7일(현지시간) 찾은 멕시코시티 폴랑코의 한 편의점엔 코로나 로고가 적힌 맥주 냉장고가 텅 비어 있었다.
인근 또 다른 편의점 냉장고엔 맥주 묶음 세일 광고 스티커가 잔뜩 붙어 있었지만 정작 냉장고 안에 든 것은 탄산음료뿐이었다.
코로나뿐만 아니라 다른 맥주들도 찾아볼 수 없다.
편의점 점원은 "지난주부터 벌써 맥주가 안 들어왔다"며 언제 다시 들어오냐는 질문에 "아무도 모른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코로나 맥주의 본고장 멕시코에서 코로나 맥주가 사라진 것은 코로나19 탓이다.
멕시코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 3월 말부터 비필수 활동을 중단을 명령했고, 맥주회사들이 이에 따라 가동을 멈췄다.
코로나와 모델로, 에스트레야 등의 브랜드 맥주를 제조하는 그루포 모델로와 테카테, 도스 에키스 등을 제조하는 하이네켄 멕시코가 생산을 중단했다.
그동안은 쌓여있는 재고로 판매가 가능했지만 가동 중단이 길어지자 시중에서 맥주가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가동 중단 소식에 맥주 사재기까지 벌어져 재고는 더 빨리 소진됐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멕시코인들은 맥주 없는 격리 생활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한다.
일본 맥주회사 기린의 조사에 따르면 멕시코는 중국, 미국, 브라질에 이어 전 세계에서 맥주 소비량이 네 번째로 많은 나라다. 1인당 1년에 68.7ℓ를 마셔, 인구 대비 소비량도 적지 않다.
멕시코 소상공인들은 무더위에 격리 생활을 견디는 데 맥주는 '필수'라며, 맥주 제조를 필수업종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맥주가 귀해지자 일부 가게는 미리 맥주를 빼돌렸다가 비싼 값에 팔기도 한다.
맥주 암시장도 생겼다.
미국과 국경을 맞댄 티후아나에서는 사람들이 미국에서 넘어온 맥주를 인터넷으로 구매한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평소 120페소(약 6천원) 하던 12개들이가 3배가 넘는 400페소에 팔린다.
멕시코 일부 지역에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 조치의 일환으로 주류 판매 금지령까지 내려져 다른 술도 구할 수 없다.
폴랑코의 한 대형 슈퍼마켓에는 벨기에 맥주가 잔뜩 진열돼 있었지만 폴랑코가 속한 미겔 이달고 구에선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주류를 팔 수 없어 진열대가 막혀 있었다.
맥주업체와 소매업체, 그리고 소비자 모두 무더운 여름이 오기 전에 맥주 공장 가동이 재개되기를 바라고 있다.
멕시코 연방소비자원은 이달 중순이면 맥주 생산이 재개될 것으로 내다보며, 생산이 재개되면 최근의 비정상적인 가격도 곧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멕시코엔 없는 코로나맥주가 미국엔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시장에 코로나 맥주를 판매하는 미 업체 콘스텔레이션 브랜즈는 멕시코 공장 두 곳에서 생산을 이어가고 있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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