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 경제·소비자정책 소위, 트럼프 행정부 초기대응 조사
"정부 초기 조치에 '상당한 틈'…확산 늦출 기회 놓쳐"
(워싱턴·서울=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권혜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 대응과 관련, 지난 3월 한국과 이탈리아에서 온 여행객들에 대해 효과적인 검사(screening)를 수행하지 못했다고 미 하원의원이 7일(현지시간) 주장했다.
로이터통신과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하원 감독개혁위원회의 경제·소비자정책소위 위원장인 라자 크리슈나무시(민주·일리노이) 의원은 이날 성명에서 여러 기관의 정보는 행정부가 3월 중순까지 이들 두 집중발병 지역으로부터 미 공항을 통한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한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행 항공편 승객에 대한 탑승 전 검사와 관련, 3월 3일부터 14일 사이에 백악관은 이탈리아와 한국 측의 검사에 의존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미 국무부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지난 3월 3일 한국과 이탈리아의 공항에서 미국행 직항편에 대한 의료검사 방침을 밝혔으며, 같은 달 14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로 유럽에서 미국으로의 여행 금지를 발표했다.
소위는 또 이들 국가를 경유해 미국으로 오는 탑승객은 검사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점을 지적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초기 대응에 '상당한 틈'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이탈리아 공항에서 검사 방침을 밝힌 때부터 유럽에서 미국으로 여행 금지를 발표하기까지 11일 동안 한국과 이탈리아에서 미국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저지된 인원이 각각 56명과 13명에 불과하다는 점도 그 근거로 내세웠다.
크리슈나무시 의원은 "2월 초 중국에서 오는 여행객에 대한 건강 검사와 여행 금지 조치를 내린 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것이 통제하에 있다고 말했으나 실상 행정부는 3월 중순이 되도록 우리의 공항을 통해 바이러스가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 입국 검사 강화를 통해 확산을 늦출 소중한 기회를 간과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초기 대응을 들여다보고 있는 하원 소위는 조사 과정에서 한국과 이탈리아 공항에서의 검사 정책에 관여한 국무부와 국토안보부(DHS),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이 검사가 약속한 대로 실시됐는지에 대한 문서상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으며, 이들 국가를 경유하는 항공편은 제외한 채 직항 노선 탑승객만 검사하기로 한 배경에 대해서도 분명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이와 관련, 해당 결정은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의 결정이었다고 설명했으나 CBP 관계자는 직항 노선으로 한정하는 데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며 반박했다.
백악관이나 국토안보부(DHS), CDC 등 다른 부처는 하원의 답변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폴리티코는 한 관계자를 인용, 보건당국 고위 관료들이 미 공항 검사의 효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미국 내 일부 공황은 노후화돼 열감지기를 설치하기가 어려운 곳이 많고 일일이 검사를 하기에는 인력이 너무 많이 소요된다는 점에서다.
한국과 이탈리아가 실제로 이 검사를 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느냐는 문제 지적도 있었으나 국무부와 연방항공청(FAA) 관계자들이 확인하겠다며 안심시켰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아울러 중국처럼 여행 금지 조치를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한국이 종합적으로 다단계 검사를 시행하겠다고 제안해왔으며 의료진 등이 포함된 내부 논의 끝에 한국의 요청을 수용했다는 뒷얘기도 이번 조사 과정에서 나왔다.
국무부는 소위에 출석, 한국 항공사들이 이미 2월 28일부터 체온 측정을 시작했으며 미 정부가 한국과 이탈리아 공항에서의 검사 계획을 발표한 직후 4단계에 걸친 검사 절차를 밟았다고 밝혔다.
또 3월 5일부터는 출국장과 보안 검색대에서의 열감지 측정, 탑승구에서의 발열 검사 등을 추가하고, 같은 달 11일에는 설문조사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무부는 이탈리아 공항에서의 검사와 관련해선 이처럼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행 금지 조치 등을 거론하며 자신이 코로나19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자랑하고 있으나 소위의 이같은 조사 결과는 트럼프 행정부의 초기 대응이 일관적이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폴리티코는 보도했다.
소위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과 이탈리아 공항에서 의료 검사를 실시한다고 밝힌 기간에 이들 국가를 여행했다는 미국인 여럿으로부터 코로나19와 관련 검사를 받거나 최소한의 정보도 들은 일이 없다는 투서가 접수되자 지난 3월 중순부터 현황 조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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