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로 갈등 후 중단됐다가 다시 정상화 수순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홍콩 시위를 둘러싼 중국과 영국 간 갈등의 여파로 중단됐던 양국 기업 교차 상장 제도인 '후룬퉁'(호<삼수변에 扈>倫通·London-Shanghai Stock Connect)이 재개될 움직임을 보인다.
8일 차이신(財新)에 따르면 중국태평양보험은 증권감독관리위원회로부터 해외주식예탁증서(GDR) 런던 상장 방안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전날 밝혔다.
중국태평양보험은 다만 GDR 런던 상장은 양국 당국의 최종 승인을 얻은 것은 아니어서 확정적인 단계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해외주식예탁증서(GDR)는 기업이 해외에서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려 할 때 국내에 원 주식을 보관하고 해외에서 유통할 목적으로 발행한 대체 증서다.
중국과 영국은 작년 6월 후룬퉁을 개시했다.
그러나 중국 화타이(華泰)증권이 런던 증시에 최초로 상장된 이후 추가 상장 사례가 나오지 않아 후룬퉁은 유명무실해졌다.
업계에서는 홍콩 민주화 시위를 둘러싼 중국과 영국의 갈등 고조가 후룬퉁 운영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홍콩의 대규모 민주화 요구 시위는 후룬퉁이 시작된 작년 6월부터 본격화했다.
영국은 홍콩 시위에 대한 중국 중앙정부의 강경 자세를 비판했고, 중국은 반대로 영국 등 서방 세력이 시위를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옛 영국의 식민지였던 홍콩의 시위대가 자주 든 영국 국기의 모습은 중국 정부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중국태평양보험을 비롯한 여러 중국 기업이 후룬퉁 제도를 활용해 영국에 상장하려고 추진 절차를 밟았지만 작년 연말부터 갑자기 이런 움직임이 일제히 중단됐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중국 당국의 방침으로 후룬퉁 운영이 중단됐다고 보도했지만 중국 외교부와 증권 당국은 당시 '정확하지 않은 소식'이라고 대응했다.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 영유권 분쟁, '사드 보복' 때 일본과 한국에 그랬던 것처럼 중국은 상대방 국가와 정치·외교적으로 불편한 관계에 놓이면 각종 경제 교류를 중단해 경제적 타격을 입하는 방식으로 상대방을 비공식적으로 '응징'하곤 한다.
중국태평양보험의 런던 상장 추진 계획 공개는 중국에서 '후룬퉁 금기'가 풀렸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외교가에서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이 '신냉전' 수준으로 격화하면서 중국이 적극적으로 서방 세계에서 우군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중국은 연초 영국으로부터 화웨이의 5G 통신망 구축 사업 진출을 허가받는 '선물'을 받기도 했다.
미국은 영국 등 동맹국에 5G망 구축 사업에서 화웨이를 완전히 배제할 것을 강력히 요구해왔다.
하지만 영국은 지난 1월 화웨이 장비의 점유율을 35%로 제한하고 비핵심 부문에 한해 사용을 허용한다는 새 방침을 결정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에 격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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