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돌 때 높은 온도로 휘발성 탄소 고갈됐다는 주장과 상충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구의 하나뿐인 위성인 달은 화성 크기 원시행성인 '테이아'(Theia)가 지구와 충돌하면서 떨어져 나온 파편들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정설처럼 돼 있다.
이 대충돌 가설을 뒷받침하는 주요 증거 중 하나가 달에서 가져온 월석을 통해 달에 탄소가 거의 남아있지 않고 고갈된 것으로 분석된 점이었다. 충돌 당시의 엄청난 열로 휘발성 탄소가 모두 날아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달 곳곳에서 탄소 이온이 방출되고 지형에 따른 농도 차이도 보인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와 테이아 충돌에 따른 달 형성 가설이 수정될 수도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과학전문 매체 '사이언스얼러트'(Sciencealert) 등에 따르면 일본 오사카대학 지구우주과학과 요코타 쇼이치로(橫田勝一郞) 부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일본의 첫 달 탐사선 '가구야' 관측 자료를 분석해 얻은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했다.
가구야는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2007년에 발사한 일본의 첫 달 탐사선으로 정식 명칭은 '월리학(月理學) 및 공학 탐사선'(Selenological and Engineering Explorer)을 뜻하는 '셀레네'(SELENE)이지만 일본 전래 동화 속 달나라 공주의 이름을 따 별칭으로 불리고 있다.
연구팀은 달의 흑요석에서 탄소와 물의 흔적을 발견한 앞선 연구 결과에 따라 탄소에 초점을 맞춰 가구야 탐사선이 1년 반 동안 달 궤도를 돌며 이온질량 분광기로 관측한 자료를 재분석했다.
그 결과, 달의 탄소가 고갈된 상태라는 기존 연구 결과와 달리 거의 모든 표면에서 탄소 이온이 배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양풍이나 미소 운석 등을 통해 달에 소량의 탄소가 공급될 수도 있으나 가구야가 측정한 탄소이온 농도는 이를 훨씬 넘어서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새로 형성된 화산 현무암 평원의 탄소이온 방출량이 오래된 고원지대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상대적으로 탄소 방출 시간이 적었기 때문으로 분석됐으며, 달에 탄소가 원래부터 존재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연구팀은 "(달에서 측정된) 탄소이온 양은 달 전체에 원래부터 탄소가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달 형성 때부터 탄소를 갖고 있었거나 이미 수십억년 전에 달에 전달됐을 것이라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대충돌 때 나온 약 4천~6천 켈빈(K)의 열로 끓는 온도가 낮은 휘발성 물질을 모두 고갈시킬 것으로 예상한 테이아 충돌 달 형성 가설과는 상충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가이아 대충돌 때 발생한 열이 지금까지 추정하던 것보다 훨씬 낮았거나 테이아 대충돌설에 대한 수정이 필요할 수도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연구팀은 "달 표면에서 방출되는 탄소 양이온의 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달에 원래부터 있던 탄소와 태양풍, 미소운석 등이 가져온 탄소의 양을 측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적어도 달의 휘발성 원소에 대한 추가 연구가 효과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달 궤도선에 장착하거나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달 유인탐사 때 필요한 장비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것으로 평가됐다.
eomn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