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누출 참사 트라우마' 인도, LG화학 사고에 국가적 관심

입력 2020-05-08 14:04   수정 2020-05-0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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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누출 참사 트라우마' 인도, LG화학 사고에 국가적 관심
1984년 보팔 사고로 수천명 사망…"모두 외국기업 공장서 밤에 발생"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1984년 보팔 가스누출 참사는 인도인에게 엄청난 트라우마를 안겼습니다. 그래서 이번 LG화학 공장 사고를 더 민감하게 지켜보는 것 같습니다."(인도의 한국 주재원)
현지 시간으로 7일 새벽(현지시간) 인도 남부 안드라프라데시주 비사카파트남의 LG화학 계열 LG폴리머스인디아 공장에서 가스누출 사고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현지 언론은 앞다퉈 보도 경쟁을 벌였다.
TV 뉴스 채널은 생중계하듯 현장 영상을 계속 보여줬고, 언론사 홈페이지는 관련 뉴스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인도 네티즌들이 관련 영상과 사진을 계속 올렸다.
최근 주요 뉴스를 장식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소식은 뒤로 밀렸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트위터에 희생자를 위로하는 글을 직접 올렸고, 국가재난관리국(NDMA) 회의까지 소집했다.
연간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 이의 수가 15만명이나 되고 화재나 건물 붕괴 등으로 수십명씩 사망하는 일이 잦은 인도에서는 웬만한 사고가 아니면 대개 집중 보도 대상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10여명이 사망한 이번 사고에는 국가적인 관심이 쏠린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인도 국민이 이번 사안을 무겁게 받아들인 것은 1984년 '보팔 참사 트라우마'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직업환경의학 전문가인 V 라마나 다라는 8일 힌두스탄타임스 칼럼을 통해 "이번 사고는 보팔 가스누출 대응 실패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고 관련 이미지를 보면 보팔 참사 현장을 방문했던 때가 생각난다고 덧붙였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보팔 사고와 LG화학 공장 사고는 모두 밤에 외국 기업이 운영하는 공장에서 발생했고 가스가 공장 인근 마을을 덮쳤다"고 지적했다.

보팔 참사는 1984년 마디아프라데시주 주도 보팔에서 유독가스 중독으로 며칠간 3천700여명이 사망하고 50여만명이 부상한 인류 역사상 최악의 산업재해를 말한다.
중독 후유증으로 이후 몇년간 수천명이 추가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보팔에서는 다국적 화학기업 유니언 카바이드의 살충제 공장에서 이소시아네이트 메틸가스 등 유독가스 40t이 누출됐다.
유니언카바이드사는 협상을 거쳐 1989년 4억7천만달러를 인도 측에 지급했으나 피해자단체는 추가 배상과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피해 주민의 자녀 가운데 지적장애 등 질병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지만, 누구도 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실정이다.
유니언카바이드는 2011년 다우케미컬에 인수됐다. 보팔 피해자와 인권·환경운동 단체는 다우케미컬이 피해 보상 책임을 승계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co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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