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미국이 탄압받는 사람 편에 선다는 것 보여주려는 것"
'코로나19 기원' 조사할 태스크포스도 설치키로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후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의 양심'으로 불리는 의사 고(故) 리원량(李文亮)을 주미 중국 대사관 주소로 명명하자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국 공화당 의원들은 전날 워싱턴 소재 중국 대사관의 주소를 현재의 '3505 인터내셔널 플레이스'에서 '리원량 플라자'로 바꾸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이 통과돼 시행되면 미국 정부의 공식 기록과 법규, 지도 등에서 중국 대사관의 주소는 '리원량 플라자'로 바뀌게 된다.
공화당 의원들은 코로나19 발생과 확산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과 미국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 위협 등을 조사할 태스크포스도 설치하기로 했다.
법안 공동 발의자인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이번 개명 추진은 리원량 의사의 업적이 절대 잊히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라며 "미국은 압제자가 아닌, 탄압받는 사람의 편에 선다는 것을 중국 정부와 공산당에게 상기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리원량은 우한에서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렸다가 오히려 유언비어 유포자로 몰려 경찰의 처벌을 받았다. 이후 환자 치료 도중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했다.
이에 리원량은 중국 당국이 코로나19 확산을 은폐하려고 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인물로 여겨진다.
미국 의원들은 지난 2014년에도 주미 중국 대사관 밖 도로를 중국 인권운동가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劉曉波)의 이름을 딴 '류샤오보 광장'으로 개명하려고 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당시 중국은 "중국 법규를 위반한 범죄자를 미국 거리의 이름으로 쓰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중국이 당시처럼 대놓고 반발하기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중국 당국 또한 리원량 사후에 그에 대한 처벌을 취소하고 최고 등급의 명예인 '열사' 칭호를 추서한 바 있어, 설사 중국 대사관 주소가 '리원량 플라자'로 바뀌더라도 이에 반발할 근거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법안의 의회 통과 과정에서 민주당의 호응을 얻기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상당수 민주당 의원들은 지나친 '중국 때리기'가 아시아계에 대한 미국 내 인종차별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 의회는 1980년대에도 옛 소련의 주미 대사관 앞 거리에 소련의 세계적인 핵물리학자이자 반체제 인권운동가인 '안드레이 사하로프'의 이름을 붙인 바 있다.
2018년에는 주미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 주소를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살해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로 바꾸자는 캠페인이 벌어지기도 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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