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봉쇄령 와중 직접 가위·바리캉 챙겨 재능기부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이발사 이 대사님.'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주재 이인태(60) 한국 대사 얘기다.
나이지리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차단을 위한 봉쇄령 와중에 이 대사가 직접 나서 대사관 직원과 교민들에게 이발 봉사를 하고 있다.
정보사령관과 국군 777사령관 등을 역임한 이 대사는 8일(현지시간) "과거 소대장 시절 철책 근무 때 부하들의 머리를 깎아준 경험을 살려 봉쇄기간 동안 이발을 못 해 불편해하는 지역 교민과 직원을 위해 재능기부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군 복무 당시 이발을 배운 계기와 관련, "주로 신병 등 사병들과 가까워지려고 가위를 들었다. 다만 제대를 앞두고 한창 멋을 부리려는 병장들은 나를 피해 다녔다"고 말했다.
지난달 하순 무렵부터 이 대사의 가위와 바리캉을 거쳐 머리를 손질한 '손님'은 직원 4명, 교민 3명 등 모두 7명이다. 이 대사의 이발소는 대사관저 앞 시원한 나무 아래로 이발비는 무료다.
나이지리아 수도 아부자에 있는 한국 대사관 부지는 약 1만4천㎡ 규모로 꽤 넓어 한국 직원과 가족 등을 포함해 모두 40명 가까이 거주하고 있다. 아부자에 사는 교민은 일부 귀국하고 현재 20여명이 남아있다.
나이지리아는 지난 3월 24일부터 항공 노선을 폐쇄하고 3월 31일부터 통행을 금지한 데 이어 지난 4일에야 일부 완화조치를 시행했다. 봉쇄령이 일부 풀리긴 했지만, 이발소 이용은 할 수 없다.
이에 대사관은 교민의 경우 대사관 차량을 제공해 이동 편의를 도와주고 이 대사가 직접 나서 이발을 해줬다.
정작 이 대사 머리는 이 대사 부인과 직원이 합동으로 깎아줬다.
대사관은 또 경계를 서는 현지 보안요원들이 출퇴근 도중 감염 가능성을 차단하고 이동에 어려움 없이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관내 체육관 시설을 숙소로 무료 제공하고 필요한 음식과 생활용품을 지원하기도 했다.
재외국민에게도 개인별로 마스크(KF94)를 무료로 지원하는 한편 통행금지로 개인차량 이동이 제한되는 점을 고려해 교민들의 비상시 업무지원을 위해 대사관 전담 기사를 24시간 배치해 언제 어디서든 차량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나이지리아는 7일 기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3천145명이고 사망자는 103명이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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