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 자치주는 중앙정부 지침 무시…음식점·술집 영업 재개 앞당겨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3만명에 육박하는 이탈리아에서 봉쇄 조처 완화 일주일도 채 안 돼 벌써 긴장이 풀린 듯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방정부가 일부 업종의 봉쇄 완화 일정을 앞당기며 중앙정부와 마찰을 빚는가 하면 이탈리아 경제·금융 중심지인 밀라노에선 방역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모습들이 목격되며 우려를 낳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북부 자치주인 트렌티노-알토 아디제(독일어 지명 '남티롤')는 7일(현지시간) 밤 선제적으로 봉쇄를 대폭 완화하는 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르면 일반 소매 상점은 당장 9일부터 영업이 가능하고, 음식점·술집·미용실 등의 영업도 오는 11일부터 일제히 정상화된다.
관광객을 위한 호텔 영업과 케이블카 운행 등도 이달 25일부터 가능해질 전망이다.
중앙정부가 지난달 말 발표한 행정 명령상의 봉쇄 완화 일정은 일반 상점이 오는 18일, 음식점 등은 내달 1일이다. 중앙정부의 방침을 무시하고 약 2∼3주 빨리 봉쇄를 풀겠다는 것이다.
트렌티노-알토 아디제의 이번 조처는 봉쇄 완화 속도와 범위 등을 둘러싼 중앙정부와의 갈등이 바탕에 깔린 것으로 보인다.
아르노 콤파처 주지사는 "지난 몇 주간 봉쇄 완화와 관련해 각 지방정부 사정에 맞게 재량권을 달라고 요청했으나 중앙정부는 이를 귀담아듣지 않았다. 이에 우리가 가진 고유의 입법적 권한을 사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알프스산맥을 사이에 두고 오스트리아 서부 티롤주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트렌티노-알토 아디제는 전체 주민 52만명 가운데 75%가 독일어를 사용하는 지역이다.
원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일부였으나 1차 세계대전 이후 베니토 무솔리니가 이끄는 파시스트 정권에 의해 이탈리아로 병합됐으며, 이후 단계적으로 자치권이 확대됐다.
앞서 남부 칼라브리아주도 최근 중앙정부 행정명령과 관계없이 주내 모든 음식점과 술집 등의 야외 영업을 앞당겨 허용하겠다고 밝혀 중앙정부와의 갈등이 표면화한 바 있다.
이와 더불어 이탈리아 내 코로나19 확산 거점으로 지목된 북부 롬바르디아주의 주도인 밀라노에선 시내 산책·운동 등이 허용된 지난 4일 이후 주민들이 사회적 거리를 무시하고 대거 거리로 몰려나와 우려를 증폭시켰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나빌리 운하 거리에는 전날 밤 수많은 주민이 몰려나와 큰 혼잡을 빚었다. 포장 판매가 허용된 일부 음식점 앞에는 삼삼오오 모여 있는 장면도 목격됐다.
대다수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고, 최소 1m 이상의 안전거리 역시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현지 언론은 지적했다.
이에 대해 주세페 살라 밀라노 시장은 "사회적 거리가 유지되지 않는다면 해당 지역을 폐쇄하고 음식점의 포장 판매 영업도 중단시키겠다"며 "이는 최후통첩"이라고 엄포를 놨다.
7일 현재 이탈리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21만5천858명으로 미국, 스페인에 이어 세번째로 많다. 사망자 규모는 2만9천958명으로 미국, 영국 다음이다.
이탈리아는 지난 3월 초부터 유럽에서 가장 강력하고 기간도 가장 긴 봉쇄 정책을 취했지만 아직 하루 1천명대의 확진자와 200명대의 사망자가 매일 발생하고 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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