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서 서구 금융권 석탄 손 떼…사실상 중국 독주 '환경 이율배반'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중국이 아프리카 남부 짐바브웨에서 42억달러(약 5조1천억원) 규모에 달하는 석탄발전 사업권을 따냈다.
8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신문 '비즈니스데이'에 따르면 짐바브웨는 20년 이상 세계에서 가장 큰 인공 저수지인 카리바 호수 남쪽에 거대한 석탄발전소를 지으려고 했으나 서구 금융권이 응하지 않은 가운데 결국 중국 회사들이 착공하게 됐다.
이는 당장 짐바브웨에는 희소식이다. 경제 붕괴와 정책 실패로 지난 20년간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지 못한데다 하루 18시간 정전사태가 빚어질 정도로 에너지난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석탄발전 등 화석연료를 줄여 온실가스를 감축하자는 글로벌 컨센서스에 위배된다.
일본과 미국, 유럽 금융기관들이 석탄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피하는 사이 그 빈 공간을 중국 국유기업들이 채우고 있다.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우군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우한(武漢) 발원설 때문에 세계적으로 반발이 일고 있는 데다 광저우(廣州)에서 아프리카인들을 인종 차별해 신뢰를 잃었다.
그러나 석탄 사업에 돈을 쏟아부어 대규모 온실가스 배출 공장들을 지원함으로써 사실상 에너지 정책에서도 중국이 점차 고립화되는 것이다.
2017년 베이징 당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책을 추진하면서 해외 건설사업에서 유엔 기조와 일치하게 환경 친화 정책을 추구하겠다고 약속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도 지난해 해당 프로그램이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중국회사와 은행들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최소 13개의 석탄 프로젝트를 금융지원하고 있으며 다른 9건은 추진 중인 것으로 국제환경감시단체 그린피스 자료에서 드러났다.
시 주석은 기후변화와 싸우는데 파리협약 비준국으로서 국제협력을 추구한다고 했지만, 중국이 석탄사업에서 곧 손을 뗄 것 같지는 않다.
중국은 지난 10년간 재생에너지에 두둑한 투자를 했지만, 아직도 세계 석탄의 절반 정도를 캐내 태운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만회하기 위해 중국은 산업 오염원에 대한 단속을 완화하고 청정에너지에 대한 보조금도 줄이고 있다.
이번 짐바브웨 석탄발전 수주와 관련, 중국 측은 가난한 나라의 환경적 개발을 일률적으로 해선 안된다며 그 나라의 부존자원을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석탄 자원이 많은 나라에 대해 석탄을 전적으로 못쓰게 해서는 안 되고, 관건은 이를 보다 합리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주장은 남아공 다음으로 아프리카에서 석탄 자원이 많은 보츠와나 같은 나라도 동조하는 대목이다. 석탄을 단지 더 깨끗하게 지역사회와 국가를 위해 쓰면 된다는 것이다.
이번 짐바브웨 석탄발전은 '파워차이나'로 알려진 중국 국유회사가 계약해 700MW(메가와트) 규모 발전소를 포함해 '셍와'라는 공장 첫 단계를 세우고, 카리바댐에서 물을 끌어오는 파이프라인과 송전선을 12억달러의 비용으로 짓는다. 금융은 중국공상은행(ICBC) 등이 뒷받침할 공산이 크다.
지난 4월에는 나머지 프로젝트 계약도 중국계 회사에 의해 서명돼 30억달러 비용에 2천100MW 규모를 더하게 된다.
짐바브웨 건이 중국 회사들에 대물이기는 하지만 최대는 아니다.
파워차이나는 남아공 림포포 주정부와 최소 3천MW급 발전소를 45억달러(약 5조5천억원)에 짓기로 하는 합의각서에 서명했다. 그러나 남아공 정부는 석탄발전사업으로 세계에서 가장 심한 공기오염을 일으킨다는 이유로 소송에 직면했다.
뉴욕에 있는 천연자원보호협의회(NRDC)에서 국제에너지정책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한천은 "그것(석탄발전)은 사양사업이다. 그래서 그들(중국계 회사)은 환경기준이 낮은 데로 가서 가동하기에 더 싼 오염 장비를 사용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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