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통신, 에볼라 대처 현지 보건 전문가들 경험담 소개
개인보호장비·사회적 거리두기 중요성 일깨워 효율적 대응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아프리카 보건 전문가들은 과거 에볼라 유행에 대처한 경험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비할 수 있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9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프리카에서는 에이즈 바이러스(HIV), 라사 열병, 결핵 등 여러 전염병 가운데서도 2014∼2016년 서부 아프리카에서 1만1천3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최악의 에볼라 유행이 몇몇 아프리카 나라에서 보건 긴급상황 대처법의 변화를 끌어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많은 아프리카 보건 직원들은 2018년 이후 에볼라와 씨름하고 있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배운 교훈들이 현재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적용할 수 있는 통찰력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서아프리카 기니의 수도 코나크리에 있는 돈카 전염병치료센터의 코로나19 대응팀을 맡고 있는 줄스 알리 쿠두노(35)는 2014년 자신이 에볼라에 걸린 후 회복했다.
그는 "에볼라로 아팠을 때 많은 걸 배웠다. 나도 고통스러웠고 다른 사람도 고통을 겪는 걸 봤다"며 "퇴원하자마자 생명을 구하는데 헌신하기로 결심했다. 올 초 중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는 걸 보면서 우리 시 보건 행정당국과 준비에 들어가 정보와 통제전략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 직원들에게 개인보호장비(PPE) 사용법을 가르쳤다.
그는 "기니에서 일부는 보호를 가볍게 보는데 에볼라 때는 보호가 전부였다"며 "에볼라 때 우리가 사용한 보호장비는 모든 전염병에 대한 최고의 방어이다. 전신을 감싸고 장갑, 고글,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에볼라를 통해 다른 사람을 감염위험에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선 자신의 안전부터 생각해야 한다는 법을 배웠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코로나19 대응에 나선 이후 가족과 함께 살지 않고 친구들도 안 만난다고 강조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행정수도 프리토리아의 공중보건 전염병 전문가인 페트로넬라 무고니(41) 박사는 에볼라 유행 때 민주콩고에서 지역사회 대응을 연구했다.
그는 콩고에선 돌봄, 육아, 장례 등에서 전통적으로 여성의 역할이 크기 때문에 여성들이 보건 정보를 얻으면 가족 전체에게 전달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여성들에 대한 창의적 접근이 중요한 가운데 미용사가 특히 많은 일을 해 먼저 그들을 교육했다는 것이다.
그는 "코로나19는 많은 사람에게 추상적이다. 초기 단계서 남아프리카 각 지역에 퍼진 잘못된 신화를 깨뜨리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면서 '코로나바이러스는 흑인을 건드리지 않는다, 알코올을 많이 마시면 스스로 치료할 수 있다'는 등 가짜 정보가 소셜미디어에서 떠돌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가적 차원에서 표준화된 대응이 중요하고 메시지 전달은 강력해야 한다며 "여러 아프리카 국가가 대형 보건 위기에 대처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예방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 인도주의 구호의료단체 국경없는의사회의 트리시 뉴포트(44) 긴급대응 부과장도 민주콩고에서 에볼라 초기 대응 때 환자들의 신뢰를 확보하지 못해 애를 많이 먹었다면서 "맨 처음부터 지역사회와 연계해 신뢰를 확보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에볼라는 평균 치사율이 50%로 보건 시스템의 많은 자원을 빨아들이는 바람에 더 많은 사람이 에볼라가 아닌 다른 질병으로 사망했다.
뉴포트는 "사람들에게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물어야 한다. 만약 그들이 우선순위라 생각하지 않으면 누구도 대응을 도우려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현지에서 의료 접근이 확보되지 않은 선에서 외부 지원이 온통 에볼라로 몰리다 보니 에볼라보다 홍역으로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에볼라 발병으로 의사, 간호사, 보급업자 등이 많은 경험을 쌓았지만, 의료 접근성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콩고 동부의 의사인 주니어 이코모(33) 박사는 에볼라에서 살아남은 지역사회가 이미 비누로 손 씻기, 접촉하지 말고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을 익혔다면서 이로 말미암아 지금도 도움을 받는다고 말했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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