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서 퍼진 코로나19…병원·군대·콜센터 등 '2차 확산' 불씨

입력 2020-05-11 06:00   수정 2020-05-11 08:25

클럽서 퍼진 코로나19…병원·군대·콜센터 등 '2차 확산' 불씨
활동성 높은 20∼30대 확진…'황금연휴' 클럽 접촉자 5천여명 규모
확진자 30%는 무증상…"광범위한 진단검사로 '전파 차단' 필요"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서울 이태원 일대 클럽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병원, 군대, 콜센터 등에서 '2차 확산'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 확진자 가운데 간호사, 군인, 콜센터 근무자 등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코로나19가 지역사회 내 또 다른 집단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클럽 방문자 대다수는 활동성이 높은 20∼30대로 직장이나 모임 등에서 코로나19를 전파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방지하려면 감염자를 조기에 발견해야 하는데 클럽 방문자들이 신분 노출을 꺼려 진단검사에 소극적일 수 있다는 점이 골칫거리다.
11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와 지자체에 따르면 확진자 중 가족, 지인, 동료들에게 코로나19를 전파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전날 오전까지 집계된 클럽감염 확진자 54명 가운데 11명(20.37%)은 확진자의 접촉자였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전파가 개별 사례에 그치지 않고 감염자들이 소속된 집단에도 코로나19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한다.
경기 성남시의료원은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수술실 간호사 1명이 확진되자 '병원 집단감염'으로 이어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현재 수술실을 폐쇄하고 의료원 직원 520명 전원에게 코로나19 진단검사를 하고 있다.

국방부도 비상이 걸렸다.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국방부 직할부대 사이버작전사령부 소속 하사 1명과 접촉한 간부 1명, 병사 1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확진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사이버작전사령부 부대원 전원에 대한 진단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이버작전사령부 외에 육군 직할부대에서도 대위 1명이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뒤 확진됐다.
콜센터 직원 1명도 이태원 클럽 방문 후 확진됐다. 방역당국은 100명 이상 확진자가 나왔던 서울 구로구콜센터에 이어 제2 콜센터 집단감염 사태가 벌어지는 게 아닌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 밖에 확진자 중 백화점 직원도 있다. 확진자들이 밀폐된 공간인 노래방, PC방 등을 방문한 사례도 확인되고 있다.
정기석 한림의대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클럽 집단감염은 확진자가 다녀간 클럽에 한정되지 않고 전국 곳곳에서 코로나19 확산의 불씨가 될 수 있다"며 "무엇보다 20∼30대 젊은 층뿐 아니라 나이가 많은 취약한 연령층에도 전파될 수 있다는 점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클럽에서 피어오른 불씨가 지역사회 내 큰불로 번지지 않게 하려면 숨어있는 감염자를 찾는 게 급선무다.
하지만 황금연휴 기간 클럽을 방문한 사람들을 일일이 확인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방역지침에 따라 클럽 방문기록이 있지만, 연락이 안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서울시에 따르면 황금연휴 기간 이태원 클럽·주점 5곳을 방문한 사람은 5천517명에 달한다. 이는 해당 업소 방문자 7천222명 가운데 중복 인원 1천705명을 제외한 숫자다. 전날까지 완료한 전수조사에서는 1천982명이 전화번호 허위 기재 등으로 '연락 불통'인 상태다.


지자체와 방역당국은 카드사용 내역 등을 추적하고 방문자들의 자진신고를 촉구하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확진자가 다녀간 클럽 가운데는 성소수자가 자주 이용하는 시설이 포함돼 있고,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 클럽에 갔다는 비난이 커지면서 방문자들은 신분 노출을 꺼리는 분위기다. 게다가 코로나19 특성상 감염 초기에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감염자 스스로 경각심을 갖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현재까지 파악된 확진자의 30%는 무증상 상태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광범위한 진단검사로 연결고리를 찾고 추가적인 확진자를 차단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4월 말부터 5월 6일까지 이태원 소재 유흥시설을 방문한 사람은 모두 외출을 자제하고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진단검사를 받아달라"고 당부했다.
ae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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