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계획·보안 허술…성공 근처에도 못 간 계획"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훈련받은 최정예 병력이 해상으로 베네수엘라에 잠입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생포하고 베네수엘라를 해방시킨다."
야심 차고 과감한 작전이었지만 결과는 처참한 실패였다. 뱃멀미에 잔뜩 지친 상태로 지난 3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해변에 도착한 '용병'들은 기다리고 있던 군경에 의해 사살되고 체포됐다.
10일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익명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 무모했던 작전의 전개 과정을 상세히 전하며 이 계획이 "성공 근처에도 간 적 없었다"고 표현했다. 계획도 허술했고, 보안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실패로 끝난 이번 작전의 핵심 인물은 미 육군 특수부대 그린베레 출신으로 민간 보안회사 '실버코프 USA'를 설립한 조던 구드로와 베네수엘라 육군 장성 출신의 클리베르 알칼라다.
알칼라는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측근이었으나, 마두로 대통령과는 등을 지고 콜롬비아에 머물러 왔다.
지난 3월 마두로 대통령과 함께 미국 정부의 기소 명단에 포함된 이후 곧장 자수해 현재는 미국에 신병이 넘어간 상태다.
콜롬비아에 있는 동안 알칼라는 마두로 정권 전복을 꿈꿨다. 베네수엘라 군에서 이탈한 이들을 중심으로 한 1천 명 병력으로 베네수엘라 상륙작전을 펼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알칼라 측은 은밀해야 했던 이 계획을 일찌감치 공공연하게 떠들어 왔다고 WSJ는 전했다.
알칼라와 구드로가 손을 잡은 것은 지난해 봄이었다.
야권 지도자인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을 자처한 후 국내외에서 지지를 얻어가던 때였다.
이들은 과이도 측에 이러한 계획을 밝혔고, 과이도 측 인사인 J.J. 렌돈이 실제로 이들과 2억달러(약 2천442억원) 이상의 계약을 맺기도 했다. 렌돈은 구드로에게 교통비 명목으로 사비 5만달러만 준 후 의견 차이 등으로 관계를 끊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후에도 구드로와 알칼라는 계획을 강행했다. 콜롬비아의 무더운 국경 지역에 캠프를 두고 베네수엘라 군인 출신들로 이뤄진 이른바 '자유의 전사들'을 훈련시켰다.
훈련 상황은 열악하기 그지없었다. 음식과 물도 부족했고, 병사들은 작전 직전에야 무기를 지급받은 탓에 소총 대신 빗자루를 들고 훈련했다고 WSJ는 전했다.
훈련 캠프를 방문한 적이 있는 미 네이비실 출신의 에프레임 마토스는 WSJ에 "병사들은 돈이든 무기든 완전히 지원받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난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일찌감치 베네수엘라 정보기관이 침투했을 가능성도 있었다.
베네수엘라 국가방위군 출신이지만 알칼라 계획엔 동참하지 않았던 엑토르 폰트는 "마두로 정권의 정보 능력을 너무 과소평가했다. 그들은 어디나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작전이 강행됐을 땐 주인공들도 빠진 채였다.
알칼라는 이미 미국에 넘겨진 상태고, 미 플로리다주에 사는 구드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이동제한 조치로 발이 묶였다.
결국 수십 명의 병사가 연료도 간신히 채운 배 두 척을 나눠 타고 뱃멀미에 시달리며 베네수엘라 해안에 도착했을 때, 이미 계획을 꿰고 있던 군경이 그들을 맞았다.
현장에서 8명이 숨졌으며, 구드로가 영입한 그린베레 출신 미국인 2명을 포함해 지금까지 37명이 체포됐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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