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ㆍ영 함정 바렌츠해 진출…냉전적 대립 재연 우려

입력 2020-05-11 11:53   수정 2020-05-11 15:15

미ㆍ영 함정 바렌츠해 진출…냉전적 대립 재연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 냉전 종식 이후 처음으로 미국과 영국 해군 함정이 바렌츠해에 진출하면서 북극을 놓고 서방진영과 러시아가 냉전적 대립을 재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1일 이코노미스트 등의 보도에 따르면 미 해군은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영국 해군 함정과 함께 바렌츠해에서 작전을 펼쳤다.
바렌츠해에 진입한 함정은 지난 1일부터 노르웨이해에서 대잠훈련을 실시하던 미국과 영국 해군의 수상함전투전대 소속 구축함 4척으로, 러시아는 즉각 바렌츠해에서 실사격 훈련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북극해의 일부인 바렌츠해는 러시아 북서부 해안과 노르웨이 북단 사이의 해역으로, 서방 잠수함의 정찰활동은 지속적으로 이뤄졌으나 구축함을 포함한 수상함이 진입한 것은 지난 1980년대 중반 이후 처음이란 점에서 주목받았다.

이에 대해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바렌츠해 진입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취하고 있는 해군 북진전략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토는 지난 2018년 스웨덴, 핀란드와 함께 대규모 해상 훈련인 '트라이던트 정처'를 실시하는 등 북극권에 대한 관심을 자속적으로 키워왔다. 당시 '트라이던트 정처' 훈련은 냉전 종식 이후 최대규모였으며 이 훈련을 통해 미 해군 항공모함이 30여년만에 처음으로 북극권에 진출했다.
미 해군은 이번 바렌츠해 진출에 대해 항해의 자유를 확고히 하고 동맹간 완전무결한 협력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 북해항로를 둘러싼 서방진영과 러시아의 갈등도 이번 움직임과 무관치 않음을 시사했다.
러시아는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기능이 커지고 있는 북해항로(NSR)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려하고 있지만 서방진영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또한 이번에 바렌츠해에 진입한 미국과 영국 함정이 미사일방어시스템과 지상공격용 크루즈미사일로 무장한 구축함이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바렌츠해가 러시아 해군력의 중심 같은 지역이라는 점에서 의미심장한 군사적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가 북해함대의 전략을 강화하고 있으며 잠수함 활동도 냉전 이후 가장 활발한 상태라는 것이 나토의 판단이라면서 러시아 해군이 대서양에 깔린 해저케이블망을 공격목표로 삼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토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냉전시대 나토는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 영국을 잇는 이른바 'GIUK 갭'에서 해저청음망을 구축해 러시아 잠수함의 대서양진출을 차단 감시해 왔으나 군사기술의 발달로 GIUK 갭보다 훨씬 북쪽에서 발사한 함상 미사일로도 나토의 함정 등을 공격할 수 있게 되면서 나토가 새로운 안보위협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스웨덴국방연구소의 이클라스 그란홀름은 냉전시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가 방어적 조치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판단 아래 GIUK 갭 북쪽으로 함정을 파견하는 등 공격적인 모습을 보인 적이 있다면서 지금 상황이 지난 1980년대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k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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