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대표 "감염증 위기 상황 악용한 불난 집 도둑질" 비판
변호사 1천500명 "법 개정안 검찰 간부 인사 통제 의도"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검찰 인사 개입 논란이 제기되는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검찰청법 개정에 대해 야당은 "독재자의 발상", "불난 집 도둑질"이라며 맹비난했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입헌민주당 대표는 11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트위터를 통한 검찰청법 개정안 항의가 기록적인 수에 달한다면서 "감염증에 의한 위기 상황을 악용한 불난 집 도둑질"이라고 비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위기 상황을 이용해 정권에 의한 검찰 간부 인사 통제가 가능한 법 개정을 졸속으로 추진하려고 한다는 비판으로 해석된다.
미야모토 도루(宮本徹) 공산당 중의원도 예산위원회에서 "삼권 분립을 흔드는 독재의 발생"이라고 강력히 항의했다.
검찰청법 개정안에는 검사의 정년을 만 65세로 늘리고, 차장검사와 검사장의 직무 정년에 대해 내각이 연장, 재연장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겼다.
일본 정부와 여당은 이번 주 내 중의원에서 이런 내용의 검찰청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방침이라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문제는 올해 초 아베 정권이 구로카와 히로무(黑川弘務) 도쿄고검 검사장의 정년을 이례적으로 연장하면서 불거졌다.
정권 핵심부와 가까운 구로카와 검사장을 검사총장(검찰총장에 해당)에 임명하기 위해 자의적으로 정년을 연장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년 연장이 없었다면 구로카와 검사장은 검사의 정년을 만 63세로 정한 기존 검찰청법에 따라 올해 2월 초 정년퇴직해야 했다.
일본 정부는 뒤늦게 검사의 정년도 63세에서 65세로 연장하는 검찰청법 개정안을 마련했지만, 구로카와 검사장의 정년 연장을 정당화하려는 시도로 해석됐다.
특히, 차장검사와 검사장의 직무 정년을 만 63세로 규정하면서 내각이 인정하면 이를 연장할 수 있게 하는 특례 조항을 신설한 것은 검찰 간부를 길들이려는 의도라는 의혹을 샀다.
이와 관련, 최근 일본 내에선 검찰청법 개정에 항의하는 트윗이 단기간 내 수백만건으로 급증할 정도로 반대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변호사 1천500명이 참여한 '법 지배의 위기를 걱정하는 변호사 모임'은 지난 8일 검찰청법 개정안에 반대하도록 요구하는 요청서를 야당에 제출했다.
이들은 요청서에서 검찰 간부 인사가 통제돼 "검찰관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 사법독립과 삼권분립도 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아베 총리는 이날 예산위원회에서 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한 야당의 비판에 "자의적인 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는 전혀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고령기 직원의 풍부한 지식과 경험 등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정년 65세로 연장)의 취지 및 목적과 같다"면서 "법안 심의 일정은 국회에서 결정해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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