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라면·빵·통조림·계란 등 식료품 채워 넣는 이들 많아져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직장을 잃고 생계를 위협받는 이들을 위한 노변 푸드뱅크(가난한 사람이 무료로 음식을 얻는 곳)가 태국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12일 일간 방콕포스트와 인터넷 매체 카오솟 등에 따르면 '공동체 식료품 저장실' 또는 '나눔의 식료품 저장실'로 불리는 이 노변 푸드뱅크는 전날 현재 태국 77개 중 51개 주에서 운영되고 있다.
하루 전 21개 주에서 급격히 늘어난 수라고 신문은 전했다.
수빠낏 꾼찻위칫이라는 네티즌이 시민들에게 "길가에 찬장을 설치한 뒤 그 사진을 보내 달라"고 요청하면서 어느 주에 푸드뱅크가 설치됐는지가 집계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컨설팅업을 하는 수빠낏씨는 지난주 페이스북에 처음 이런 구상을 올렸다.
방콕과 코사무이에서 무료로 음식을 나눠주던 이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 조사를 받은 일이 일어난 뒤였다.
수빠낏은 외국의 푸드뱅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가 속한 자원봉사 단체는 방콕 4곳과 라용 한 곳에 찬장을 설치하고 쌀, 과일 주스, 우유, 계란, 라면과 물 등을 채워 넣었다.
이후 누군가는 식료품을 채워 넣으면서 격려의 말을 담은 메모를 남겼고, 또 다른 이는 감사의 뜻을 담은 메모를 남겼다.
그는 "처음에는 누군가 식료품을 모두 가져가 버리거나, 훔쳐 가 되팔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면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우리 태국인이 아직도 인정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노변 푸드뱅크 설치에는 자원봉사 단체뿐 아니라 승려와 경찰, 군인들까지도 동참했다.
남부 나콘시탐마랏주 시촌 지역 경찰서장은 3천 밧(약 11만4천원)을 주고 찬장을 산 뒤 500밧(약 1만9천원) 어치 식료품을 사 넣어놓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후 주변 이웃들이 계속해서 여기에 식료품을 채워 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동부 나콘랏차시마주에서 호텔 경비원으로 일하다 코로나 사태로 실직한 짬농 빼우숭넌(65)은 이 노변 푸드뱅크 덕을 보고 있다고 카오솟은 전했다.
한 달 600밧(약 2만3천원)인 생활보조금 외에는 수입이 없어 음식 나눠주는 곳을 찾아 매일 오토바이를 타고 시내 일대를 돌아다니던 수고를 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매체에 "젊은이들보다 느리다 보니 도착하면 음식이 다 떨어지고 없었다"면서 "푸드뱅크는 나처럼 늙은 사람이나 가난한 이들이 줄을 서지 않고서도 식료품을 얻을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푸드뱅크에 라면을 채워 넣은 쭈리랏 데찬(53)은 매체에 "사람들이 식료품 등을 기부하고 싶어도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푸드뱅크 설치는 좋은 생각"이라며 "식료품을 가져가는 이들도 양심에 따라 푸드뱅크에서 필요한 만큼만 가져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sou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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