뎅기열 확산 계속되지만 코로나19 대처에 보건 역량 집중돼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가라앉지 않고 있는 중남미에서 일부 국가들은 또 다른 바이러스 감염병인 뎅기열과도 동시에 싸우고 있다.
2018년 말부터 시작된 뎅기열 유행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지만 코로나19 도달 후 관심과 자원이 온통 코로나19로 쏠렸다고 로이터통신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범미보건기구(PAHO)에 따르면 지난해 미주 전체의 뎅기열 감염 건수는 310만 건으로 역대 최다였다. 중남미 지역에서 1천500명 이상이 뎅기열로 목숨을 잃었다.
뎅기열은 모기를 매개로 하는 급성 발열성 바이러스 질환으로, 건강한 사람은 일주일 정도 지나면 저절로 좋아지지만 심할 경우 합병증 등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
사망까지 가지 않으려면 제때 진단을 받고 증상이 심할 경우 정맥주사 등의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코로나19 유행 후 병원에 가길 꺼리는 사람도 늘었다.
파라과이의 변호사인 소니아 페르난데스는 지난달 초 딸 2명과 함께 뎅기열 증상이 나타났지만 코로나바이러스에 노출될 것을 우려해 병원에 가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파라과이는 올해 첫 18주간 뎅기열 감염자가 4만2천710명, 사망자가 64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84명 감염, 6명 사망에서 폭증했다.
코스타리카도 올해 5월까지의 뎅기열 감염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세 배가량 늘었다.
코스타리카 보건당국의 로드리고 마린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불행히도 다른 질병의 사이클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에콰도르의 경우 3월 중순에 뎅기열 감염이 정점을 찍고 이후 감소했다.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되자 뎅기열이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에콰도르 보건전문가인 에스테반 오르티스는 "뎅기열 감염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진단이 줄었다"며 "의료 체계가 완전히 무너진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뎅기열 유행은 보통 3∼5년 주기로 나타나며, 뎅기열 바이러스가 모두 4종이어서 한 번 걸린 사람도 또 걸릴 수 있다. 두 번째 걸렸을 때 증상이 더 심할 가능성도 있다.
PAHO는 다만 올해 하반기로 들어서면 뎅기열 감염이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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