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주정부 지원·국민 현금지급 등 3조달러 제시…하원 처리 강행 엄포
상원 다수석 공화당·백악관은 "기존 예산안 효과 지켜본 뒤 판단"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 의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의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3조 달러(약 3천600조원)에 달하는 경기부양용 추가 예산 법안 처리 문제를 놓고 여야 간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이 12일(현지시간) 주 정부 지원과 현금 추가지급 등을 골자로 한 법안을 제시하며 하원 다수석을 이용해 주중 처리 엄포를 놨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은 아직은 추가 예산을 논할 때가 아니라고 받아쳤다.
지금까지 의회가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처리한 4개 예산 법안의 규모가 2조8천억 달러(약 3천400조원)임을 감안하면 이를 합친 것보다 더 큰 패키지를 처리하자고 민주당이 주장하는 셈이다. 한국의 올해 예산이 512조원이고 미국의 연방예산이 4조8천억달러임을 생각하면 천문학적 금액이다.
기존 법안은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이 주도한 것이라면, 이번에 테이블에 오른 추가 법안은 민주당이 마련했다는 게 차이점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민주당이 제시한 법안은 주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비용 증가와 수입 부족을 보충할 수 있도록 5천억 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별도로 지방 정부를 지원하기 위한 3천750억 달러의 예산도 포함돼 있다.
또 의료 종사자나 긴급 구조원 등 필수 작업자를 위한 위험수당 2천억 달러, 주택 임차료와 융자금 지원 명목의 1천750억 달러, 병원과 의료 사업자 보조금 1천억 달러가 들어가 있다.
아울러 일정 요건을 충족한 국민에게 가구당 6천달러를 한도로 1인당 1천200달러씩의 현금을 한 번 더 지급하는 내용과, 실업수당을 주당 600달러 더 지급하는 제도의 만료 시기를 오는 7월에서 내년 1월까지로 연장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11월 대선까지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투표를 우편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들어가 있다. 이 조항은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줄곧 요구한 내용이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우리는 지금 국민을 위해 넓게 생각해야 한다"며 "지금 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생명과 생계를 위해 더 큰 비용이 들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화당과 합의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하원 다수석을 활용해 이르면 오는 15일 이 법안을 통과시킨 뒤 상원으로 넘기겠다고 압박했다.
하지만 백악관과 공화당은 이미 처리된 예산 법안의 효과를 지켜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며 추가 법안 논의 중단을 요구했다. 상원은 공화당이 다수석이어서 공화당이 합의하지 않으면 문턱을 넘을 수 없다.
공화당 소속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제안에 대해 "좋아하는 우선순위만 뽑아놓은 빨랫감 리스트"라고 일축하며 현실성과 긴급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특히 매코널 원내대표는 사업장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할 경우 종업원이나 고객이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을 제약할 수 있도록 손해배상 면책 조항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은 이 조항이 노동자의 건강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반대하며 대신 노동부 산하 직업안전위생관리국(OSHA)이 노동자 보호를 위한 기준을 만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경제 선임보좌관도 경제활동이 얼마나 빨리 재개되고 기존 지원책이 어떤 효과를 내는지에 대한 추가 자료가 있어야 한다며 그 이후에야 추가 예산이 필요한지 판단할 수 있다고 시기상조론을 제기했다.
jbry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