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진영 "스웨덴, 서구의 팬데믹 대응 모델"…공화당 밖서도 화두
"미국보다 인명피해 크다" 지적도…"양국 조건 달라 적용 무리"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한국처럼 전면적 '봉쇄령'을 내리지 않은 스웨덴이 경제활동 '정상화'를 희망하는 미국 보수 진영의 대안으로 떠올랐다고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12일(현지시간) 전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나온 미국이 경제 정상화 시기를 놓고 논쟁을 벌이는 가운데 16세 미만 학생을 대상으로 학교를 여전히 열어놓는 등 이동·경제활동 자유를 유지한 스웨덴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WP에 따르면 미국 공화당 논객 사이에 스웨덴이 서구 민주주의 사회의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대응의 모델로 추앙되고, 화두가 되고 있다.
중도나 진보 진영에서도 스웨덴식 접근이 대안적 모델로 거론된다.
미국 사회의 관심을 드러내듯 일간 뉴욕타임스(NYT)의 유명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최근 칼럼에서 미국 경제 '재가동'을 밀어붙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스웨덴 따라하기'를 원할지도 모른다고 썼다.
스웨덴 사회에 점차 '집단면역'이 형성되고 있다는 주장도 스웨덴 대안론에 힘을 싣는 논리다.
스웨덴 공중보건국 역학 전문가 앤더스 텡넬은 지난 8일 수도 스톡홀름에서 신규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속도가 더뎌지고 있다며 그 이유는 면역력 형성에 있다고 밝혔다.
스웨덴 보건당국은 현재 스톡홀롬 주민 3분의 1가량이 이미 코로나19에 감염됐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바이러스가 다시 유행하더라도 집단면역이 형성된 덕에 극복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WP는 그러나 스웨덴의 실상이 미국에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스웨덴에서도 코로나19 사망자가 많이 나왔고, 스웨덴식 접근법을 무작정 따라하기엔 미국의 여러 조건이 스웨덴과 다르다고 WP는 진단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이 집계한 스웨덴의 누적 코로나19 확진자는 한국시간으로 13일 오전 기준 2만7천272명이다. 사망자는 3천313명으로 다수가 70대 이상 고령층이라고 한다.
스웨덴의 사망자 규모는 보다 엄격하게 상황을 통제하는 덴마크(527명), 핀란드(275명), 노르웨이(228명) 등 이웃 북유럽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상당이 큰 편이다. 인구 100만명당 사망자로 따지면 스웨덴이 328명으로 미국(252명)보다 많다.
이러한 사망률을 근거로 집단면역을 달성하기까지 너무 많은 희생이 수반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스웨덴 보건당국은 '집단면역 전략'을 택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전체 인구에 면역력이 어느 정도 형성됐다"는 텡넬 위원장의 발언 자체가 그러한 접근법을 사실상 인정하는 것이다.
아울러 스웨덴이 강제성만 없을 뿐 사실상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고 있다고 WP는 소개했다.
스웨덴에서는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높기 때문에 여타 국가들처럼 정부 차원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강요하지 않더라도 국민들이 정부의 시책을 믿고 따라와 준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학교 문을 닫지 않은 이유는 최전선에서 코로나19와 싸워야 할 의료진이 육아와 보육을 이유로 집에 머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한 "공중 보건상 이유"라고 설명한다.
WP는 아울러 스웨덴이 '집단면역 실험'이라는 '가지 않은 길'을 걷고 있지만 이는 미국 보수 우파가 주장하듯이 경제적인 이유를 염두에 두고 내린 결정이 아니라는 점에도 주목했다.
run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