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핵무기 수천발 분량 플루토늄 보유…국제사회 '우려'
'플루토늄 소비 마땅치 않은데 재처리 사업 추진' 지적도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은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핵연료 재처리공장에 대해 안전 심사에서 사실상의 합격 판정을 내렸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가 아오모리(靑森)현 롯카쇼무라(六ヶ所村)의 사용후핵연료 재처리공장의 안전 대책이 신규제 기준에 적합하다고 판단해 13일 정례회의를 거쳐 승인했다고 교도통신과 요미우리(讀賣)신문 등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원자력규제위원회가 이날 재처리공장에 대한 '심사서안'을 심의해 승인함에 따라 핵연료 주기(사이클) 사업을 목표로 하는 업체인 니혼겐엔(日本原燃)은 재처리공장 본격 가동의 전제인 심사에 사실상 합격했다.
일반 의견 공모와 경제산업성 의견조회 등 절차를 거쳐 정식 합격 결정이 내려진다.
니혼겐엔은 이후 안전대책공사 거쳐 2021년 상반기에 재처리공장을 완성한 후 롯카쇼무라 등 지방자치단체의 동의를 얻어 2022년 1월에 재처리공장을 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설비의 세부 설계나 공사 계획에 관한 별도 심사에 최소 1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으며 재처리공장 가동은 니혼겐엔의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니혼겐엔은 당초 1997년에 재처리공장을 완성한다는 방침이었으나 24차례에 걸쳐 완공 시기가 연기된 바 있다.
재처리공장이 가동에 한 걸음 더 다가섬에 따라 일본의 플루토늄 대량 보유에 대한 해묵은 논쟁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재처리공장은 핵연료를 반복해 사용하는 핵연료 주기 사업의 핵심으로, 원전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로부터 재이용 가능한 플루토늄이나 우라늄을 꺼내는 작업을 하는 시설이다.
핵연료 주기 정책은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해 플루토늄이나 우라늄을 추출하고 이를 혼합산화물(MOX) 연료로 다시 이용하는 구상이다.
문제는 플루토늄이 핵무기의 원료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혼합산화물을 연료로 사용하는 고속증식로 사업은 정체 상태라서 일본의 플루토늄 보유에 대해 국제 사회는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일본은 플루토늄을 사용하기 고속증식로에서 사용하겠다고 했으나 후쿠이(福井)현에 건설한 고속증식로 몬주는 현재 폐로(廢爐) 상태다.
일본은 몬주의 후속으로 프랑스와 함께 2030년대에 운용을 목표로 고속증식로 '아스트리드'(ASTRID)를 개발을 추진했으나 프랑스 측이 비용 등 문제로 출력을 줄이기로 해 순조롭지 못한 상황이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재처리공장이 심사를 완전히 통과하면 핵연료를 계속 재이용할 수 있는 전망이 없는 상태에서 핵연료 주기가 추진되는 상황이라고 모순을 지적했다.
교도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 2018년 말 기준 플루토늄은 45.7톤(t)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원자폭탄 수천개를 만들 수 있는 양으로 추정된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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