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백악관, CDC의 코로나19 통계에 의구심…트럼프도 통계 불신 방조"
파우치 등 전문가들은 "8만명보다 더 많다"며 오히려 과소집계 우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석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 통계가 부풀려진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위험이 여전한데도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부기관 통계마저 불신하고 조기 경제 정상화를 강행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CNN방송은 1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일부 참모들이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과다 집계된 게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고 이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 내부에서는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올리는 코로나19 통계에 대한 의구심이 계속 있었다고 한다. 지나간 수치를 올리거나 왜곡된 통계를 보고한다는 의심이다.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 회의에서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리들은 CDC가 어떻게 데이터를 추적하고 편집하는지에 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와 가까운 인사들은 사망자 수에 의문을 제기하고, 코로나19 예측 모델에 의구심을 나타내며, 미국인들이 존경하는 전문가 권고마저 무시한다는 것이다.
경제 정상화와 11월 재선에 몰두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백악관, 보수매체 등에 포진한 '친 트럼프' 인사들이 정부 통계와 팩트에 대한 불신의 씨앗을 뿌리는 일을 사실상 방치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코로나19 사망자 집계에 대한 의문 제기는 백악관과 CDC 사이의 불신에서 비롯됐다고 CNN은 분석했다. 이번 코로나19 대유행 사태에서 CDC는 사실상 뒷전으로 밀려난 상태다.
한 관리는 CNN에 사망자 수치의 정확성을 둘러싼 논쟁의 초점은 과연 이런 통계가 정책을 만들어내는 데 도움이 될지, 안될지에 맞춰져 있다고 전했다.
앞서 CDC는 지난달 사망진단서에 '가능성있는' 또는 '추정되는'이라고 적혀있는 경우도 코로나19 사망자 보고를 할 수 있다는 새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이에 따라 뉴욕시에서만 사망자 3천700여명이 추가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시가 다른 질병에 따른 사망자 수를 더한 것이라며 화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전문가인 데버러 벅스 백악관 TF 조정관조차도 CDC가 통계를 취합하고 보고하는 방식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고 몇몇 정부 관리들이 CNN에 전했다.
최근 워싱턴포스트(WP)는 벅스 조정관이 동료들에게 "CDC에서 내놓는 건 아무것도 믿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트럼프 정부 내에서도 사망자 수치가 오히려 과소 집계됐을 거라는 정반대의 목소리가 있다. 많은 보건 전문가들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소장은 전날 미 의회 증언에서 자신을 포함한 다수의 공중보건 전문가들이 실제 사망자 수는 현재까지 보고된 8만여 명보다 많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병원에 가보지도 못하고 집에서 숨진 코로나19 사망자가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는 게 그 근거다.
그러나 파우치 소장의 증언에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인 우군으로 꼽히는 랜드 폴(공화) 상원의원은 "당신이 끝판왕(end-all)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견제구를 날렸고, 폭스뉴스 앵커들도 번갈아 가면서 비난 세례를 퍼부었다.
CNN의 금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코로나19 정보와 관련해 파우치 소장을 신뢰한다는 미국인이 67%로 트럼프 대통령을 신뢰한다는 응답자(36%)보다 훨씬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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