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두산중공업 실적 공개 안해…15일 분기보고서 제출
채권단 실사 거쳐 경영정상화 방안 마련 중…3조 자구안 뭘로 채우나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김동규 기자 = ㈜두산[000150]이 1분기 4천억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두산은 1분기 연결기준 순손실이 3천799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고 14일 밝혔다. 작년 동기엔 549억원 순이익이 났다.
2018년 4분기에 5천249억원 순손실 이후 5분기 만에 최대규모 적자다.
㈜두산의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4조4천271억원으로 1.2% 줄었고 영업이익은 909억원으로 74.4% 급감했다.
㈜두산의 자체사업 실적을 보여주는 별도재무제표 기준으로는 매출이 5천581억원, 영업이익 606억원으로 7.4%와 47.8% 증가했다.
㈜두산은 이날 이사회에서 분기배당을 하지 않기로 의결했다.
두산그룹은 최근 3조원 규모 자구안을 발표하며 대주주가 배당과 상여금을 받지 않고 급여도 상당폭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분기마다 하는 고배당은 대주주들의 주요 수입원이었다.
㈜두산의 실적 악화는 두산중공업[034020] 영향으로 보인다.
두산중공업의 실적은 15일에 분기보고서를 제출하며 발표한다. ㈜두산의 실적에 이미 반영된 수치인데 함께 공개하지 않는 것을 두고 막대한 적자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모회사인 ㈜두산의 연결재무제표와 자체사업 실적 등으로 단순 계산하면 두산중공업의 1분기 매출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3조 8천억원대, 영업이익은 300억∼400억대로 추정된다.
두산중공업 자체 실적은 매출액 1조 7천억∼1조8천억원에 영업손실 1천억원대로 추정된다.
1분기에 영업외 손실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금융지원은 3월 말에나 결정됐다.
두산중공업은 2018년 4분기에 두산건설 일회성 비용(5천억원)이 반영되며 당기순손실 3천405억원을 기록한 적이 있다.
두산중공업의 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042670]는 매출액 2조93억원, 영업이익 1천810억원, 순이익 746억원이다. 작년 동기대비 매출액은 7.9%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7.6%, 순이익은 42.9% 줄었다.
두산밥캣[241560]은 매출액 1조642억원, 영업이익 868억원, 순이익 335억원이다. 매출액은 작년 동기와 거의 같고 영업이익은 23.4% 감소했으며 순이익은 반토막이 됐다.
두산그룹은 지난달 말 3조원 규모 재무구조개선계획(자구안)을 확정해 채권단에 제출했다. 채권단이 기존 1조6천억원에 더해 8천억원을 추가 지원하는 대가다.
두산그룹은 당초 매각 또는 유동화 가능한 모든 자산을 대상으로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두산솔루스[336370], 두산타워 매각 등이 거론되고 있다.
또, 채권단과 협의해 자구안을 제출한 뒤에는 우선 두산중공업 2차 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채권단은 두산중공업과 두산그룹 전반에 걸친 실사가 끝나면 두산중공업 경영 정상화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실사는 삼일회계법인이 하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두산그룹 자구안 실행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19로 인해 고용안정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어려웠는데 정부가 구조조정에서 일자리 지키기로 관심을 돌리며 오히려 유리해진 듯하다"며 "3조원을 당장 마련하라고 독촉하는 분위기가 아니니 두산이 여유를 갖고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두산그룹 전·현 계열사인 두산중공업·두산모트롤·두산메카텍·두산공작기계 노동조합은 구조조정 저지 투쟁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공동 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두산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노동자 희생을 요구하는 자구안 실행에 함께 대응하고 두산그룹 경영진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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