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토지거래허가 대상 호가 떨어질 것…소형에는 풍선효과"(종합)

입력 2020-05-15 16:21  

"용산 토지거래허가 대상 호가 떨어질 것…소형에는 풍선효과"(종합)
시범중산아파트 228가구중 144가구만 대지 18㎡ 초과 허가 대상
대지 18㎡ 미만 소형 아파트·빌라, 허가대상 밖으로 투자수요 몰릴 수도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홍국기 기자 = 정부가 14일 용산 정비창 부지 인근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전격 지정한 것은 5·6수도권 공급대책에서 발표한 대규모 공급계획이 자칫 주변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서울의 경우 과거 뉴타운 건설과 수서역세권·구룡마을 개발사업 등 공공택지 개발 사업 추진 당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 운영한 바 있다.
그러나 용산 정비창은 개발계획도 나오지 않은데다 해당 지역이 코레일·국토부가 소유한 국공유지여서 투기 우려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책 발표 일주일 만에 허가구역으로 묶은 것은 부지 인근으로 번지는 '낙수효과'와 용산이 지닌 입지적 파급력을 고려한 선제대응으로 평가된다.
다만 정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정비창 인근의 행정동 단위로 지정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전면 1∼3구역과 시범중산아파트 등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한 13개의 초기 재개발·재건축 단지로 대상을 한정했다.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기대감으로 손바뀜이 활발한 이들 사업 초기 단지에 특히 투기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대상 구역들은 앞으로 1년간 주거지역은 대지면적 18㎡ 초과, 상업지역은 20㎡ 초과 토지를 거래할 때 구청의 허가를 받아 실수요자만 매수할 수 있다.


◇ 허가대상지 매수 문의 '뚝'…집주인 "집 못 팔게 되나" 불만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이후 인근 중개업소에는 집주인들의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용산 이촌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어제 정부 발표 이후 오늘 오전에만 집주인들의 문의가 10통 이상 왔다"며 "허가구역 지정 이후 집값이 어떻게 되는 것이냐, 살 사람은 있겠느냐 등을 묻는 문의 전화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허가구역 내 매수 문의는 뚝 끊겼다.
전문가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부동산의 경우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최근 오른 호가가 다시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이촌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소식이 들리면서 집주인들이 걱정을 많이 했다"며 "5·6대책 발표 직후 투자 문의 전화가 쏟아졌다가 허가구역 지정 소식 이후 이미 차분해진 상태여서 당분간 거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강로1가의 한 중개업소 대표도 "국방부 인근 재개발 추진 구역의 경우 한 투자자가 10억원대 건물을 사려고 하다가 토지거래허가구역 발표를 지켜본 뒤 매수하겠다고 보류했다"며 "대상지에서는 매수심리가 위축되면서 가격도 내려갈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미 재개발 추진으로 가격이 급등한 정비창 전면1구역은 주택 등 상당수 지분의 대지면적이 18㎡를 초과해 허가 대상이 됐다. 이 때문에 토지 소유주들의 불만이 많다.
한강로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전면1구역은 정비창 바로 인근 재개발 구역으로 가격이 워낙 비싸서 애초 거래가 쉽지 않았다"며 "지분 대부분이 허가 대상이 되면서 매매 시장이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재개발 단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강로2가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신용산역 북측2구역의 삼영연립은 대지면적 67㎡ 시세가 14억∼15억원까지 올랐는데 집주인들이 가격이 내려갈까 봐 걱정하고 있다"며 "특히 양도소득세 중과 규제를 피해 6월까지 팔아야 하는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정부 조치에 더욱 매도가 어렵게 됐다며 불만을 토로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개업소 사장은 "재개발·재건축 단지는 주택이 작고 노후화돼 있어 투자목적의 매수가 대부분이며 실거주 수요는 거의 없다"며 "이번 허가구역 지정으로 재개발 구역 내 대지 18㎡ 초과 주택은 사실상 거래가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용산의 정비사업 대상이 아닌 일반 주택이나 상가는 자유롭게 거래가 가능해 안도하고 있다.
한강로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보유세 인상에 대출 축소, 코로나 여파로 일반 아파트는 거래가 잘 안 되고 호가도 약세였다"며 "허가 대상으로 묶였으면 호가가 더 떨어졌을 텐데 제외돼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 전용 18㎡ 이하와 허가구역 이외 지역으로 풍선효과 우려
반면 허가구역 내에서도 대지면적 18㎡ 이하의 주택이나 20㎡ 이하의 상가는 허가 대상에서 제외돼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이번 허가 대상 구역 내 소형 연립주택과 빌라·다세대는 대지면적이 18㎡ 이하인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정부가 제대로 된 현장 실태조사와 효과 분석도 없이 다급하게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대지면적으로 규제를 하다 보니 같은 단지 내에 허가 대상과 비허가 대상이 섞인 경우가 적지 않다.
이번에 허가 대상에 포함된 이촌동 시범중산아파트는 전용면적 39㎡, 49㎡, 59㎡, 전체 228가구의 소형 단지로 서울시 시유지에 지어져 현재 토지 소유권이 없는 상태다.
국토부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대지권없이 지상권(건물)만 거래되는 경우도 신고 대상이다. 가구당 대지면적이 18㎡를 초과하면 허가를 받아야 매수가 가능한 것이다.
이 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지난 2018년 용산구청을 통해 서울시에 토지매수신청서를 제출했는데 이중 대지면적이 18㎡를 초과하는 주택형은 59㎡ 144가구뿐이다.
전용 59㎡는 토지거래허가를 받아 2년 이상 실거주가 가능한 실수요자만 매수가 가능한 반면, 39㎡와 49㎡는 허가 없이도 거래가 가능한 셈이다.
이 아파트 59㎡는 5·6공급대책 이전 7억5천만원에서 대책 발표 직후 거래없이 호가가 8억∼8억5천만원 선으로 5천만원 이상 뛰었다.
이촌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같은 단지내에 허가 대상과 아닌 것이 섞여 있어 주민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며 "오히려 허가 없이도 살 수 있는 초소형 면적에 투자가 몰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역시 허가 대상으로 묶인 삼각맨션 단지에서도 전체 130가구 가운데 허가대상은 76가구이며 나머지 54가구는 18㎡ 이하로 전해졌다. 거래 허가 대상과 비허가 대상이 섞여 있는 것이다.
신용산역 1구역은 전체 118가구중 70가구는 허가 대상이고, 48가구는 허가 대상이 아니라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이에 비해 조합설립인가 상태인 한강로 재개발과 신용산역 북측2 재개발구역, 국제빌딩 주변 5구역은 각각 267가구, 98가구, 118가구 전체가 거래허가 대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강로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같은 지구내에서도 허가 대상과 비허가 대상으로 나뉘는 것은 비정상적인 규제로 보인다"며 "허가를 받지 않는 소형이나 허가구역 이외 아파트 등으로 투자수요가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촌동 강변맨숀 아파트의 경우 허가대상에서 제외되면서 매수 문의가 늘고 있다.
이촌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66㎡B형의 경우 집주인이 8억원에서 7억8천만∼7억9천만원으로 낮춰 매수자와 가격 협의를 하고 있었는데 허가 대상에서 빠지자 집주인이 안팔겠다고 매물을 거둬들였다"며 "풍선효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sms@yna.co.kr, redfla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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