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 시장 20% 축소 전망"…주요 업체들 실적악화에 초비상
투자 축소하고 정부에 손 벌려 버티기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김동규 기자 = 해외 자동차 공장들이 이달 들어 속속 문을 열고 있지만 정상 가동은 못하고 있다. 판매가 살아날 조짐이 약한데 무턱대고 만들어둘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추이로 볼 때 2분기에 자동차 시장이 바닥을 찍고 점차 나아질 것이란 기대가 있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세계적인 업체들도 이미 '어닝쇼크'에 투자를 축소하고 정부에 손을 벌리고 있다. 국내 업체들도 해외 부진이 장기화하면 내수시장 호조만으로는 버티기 어렵다.
◇해외 공장 문은 열지만 부분 가동…1교대 체제
현대·기아차[000270]는 해외공장이 대부분 오픈했다. 멕시코 기아차 공장만 일정 미정이다.
문은 열었지만 기본 3교대가 아닌 1교대 수준으로 부분가동 중이다.
현대·기아차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생산량이 정상화하기까지는 시일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업체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유럽 공장이 먼저 문을 열었고 미국에서도 하나둘 가동을 재개하지만 1교대 일부 가동이다.
그나마도 멕시코 부품공장 생산재개 일정이 불확실함에 따라 벤츠 미국 공장은 다시 문을 닫았고 GM 등은 18일 오픈에 차질이 생겼다.
◇2분기가 최악일까…올해 자동차 수요 20% 감소 전망
무디스는 애초 올해 세계 자동차 시장이 14% 축소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최근 보고서에서는 -20%로 제시했다.
4월엔 영국(-97%), 이탈리아(-97%), 프랑스(-89%), 러시아(-72%) 등이 판매가 급감했고 독일이 -61%로 그나마 선방했다. 중국은 다소 회복하는 모습이다. 중국자동차협회에 따르면 4월 신차판매가 4.4% 늘면서 21개월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5월도 4월 못지않게 어려울 것"이라며 "미국, 유럽의 어려움은 지속할 테고 중국은 산업 수요가 회복됐다고 하지만 한국 업체들이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5월 초반 승용차 수출액은 -80%를 기록했다. 4월에는 -36.3%였다. 수출대수는 12만3천906대로 44.3% 감소했다.
지난해 완성차와 부품 수출액이 650억 달러가 넘었는데 올해 500억달러 선으로 쪼그라들 수 있다고 이항구 위원은 내다봤다.
수출감소는 국내 공장 일감 축소로 이어진다. 국내 시장이 버텨주더라도 수출물량이 줄면 공장을 멈출 수밖에 없다.
이미 업체들은 5월 연휴기간에 맞춰 길게 휴업을 했다. 기아차는 소하리 1·2공장이 22∼25일, 광주 2공장은 25∼29일 휴무 예정이다.
한국GM은 15일 부평1공장이 휴무였다. 한국GM은 트레일블레이저 미국 수출에 어려움이 있고 코로나19로 인해 동남아 지역에서 생산하는 부품 수급에 차질이 생겨서 하루 단위로 생산계획을 짜는 비상상황이다.
르노삼성차는 4월 30일부터 5월 10일까지 닫은 데 이어 15·22·28·29일을 주말에 붙여 쉬면서 생산량을 조절할 계획이다.
쌍용차[003620]는 라인별 순환 휴업을 하면서 이달 8일 조업을 멈춘다.
삼성증권 임은영 애널리스트는 "2분기 현대·기아차 한국 공장 가동률은 70% 수준으로 떨어지고 대부분 업체가 적자 전환이 불가피하다"며 "하반기에도 해외 수요회복 지연으로 수출 둔화가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업체들 눈높이 낮추고 투자도 축소
이항구 위원은 "현대·기아차에서도 올해 판매가 20% 이상 감소할 것이란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도요타는 올해(2020.4∼2021.3) 영업이익이 5천억엔으로 작년 대비 79.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판매량은 -20%로 금융위기 때보다 충격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혼다는 1분기에 4년 만에 최소판매를 기록했으며 올해 영업실적 전망은 발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GM은 1분기 미 3사 중 유일하게 적자를 면했지만 순이익이 2억9천400만달러로 86.7% 급감했다. FCA는 18억 달러, 포드는 20억달러 손실을 냈다.
그러나 GM도 2분기는 매출이 더 줄 것으로 보고 있다. 1분기엔 6.2% 줄었다.
BMW는 2분기 영업손실을 예상하며 올해 실적 전망치를 낮췄다.
폭스바겐은 올해로 잡아뒀던 미국 내 흑자 전환 시기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자동차 업체들은 전동화에 집중 투자할 시기에 코로나19를 맞아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BMW는 코로나19에 대응해서 투자액을 57억 유로에서 40억 유로 미만으로 줄인다고 밝혔다.
BMW 그룹 올리버 집세 회장은 "지금 상황에선 유동성이 절대 우선순위이기 때문에 재고 수준 관리에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폭스바겐과 포드는 비용 절감을 위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개발에서 공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내 차업계 유동성 적기지원 요청…각국 정부에 손 벌리기
완성차·부품업계는 32조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이 시급하다고 정부에 건의했다.
자동차산업연합회는 이미 2차 협력업체는 30% 수준까지 떨어진 곳도 많으므로 더 늦기 전에 적기에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쌍용차는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의 신규투자 계획 철회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며 산업은행 지원 등을 기대하고 있다.
쌍용차는 올해 1분기 실적 보고서에 대해 감사인이 감사의견을 거절하는 등 계속기업으로서 존속 능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쌍용차가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것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2009년 이후 처음이다.
각국 정부도 자동차 업계 지원을 검토 중이다
미국에서는 미시간주 의회가 재무부에 중소 부품업체에 코로나 구제금융을 투입해 달라고 요청했다.
프랑스 정부는 일자리를 본국으로 이전하는 자동차 업체만 지원한다는 조건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FCA는 68억 달러(약 8조4천억원) 규모 유동성 지원을 두고 이탈리아 정부와 협의 중으로 알려졌다.
마쓰다는 일본 은행 3곳에 구제금융 28억 달러를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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