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중국 책임론' 제기에 中, 강력하게 반발할 듯
'국제사법재판소에 중국 제소'도 거론되지만, 가능성은 희박
'대만 WHO 재참여'도 중국 반대로 실현 쉽지 않을 듯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오는 18∼19일 열리는 세계보건기구(WHO) 총회에서 미국 등 서방국가와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원 조사 등을 놓고 격돌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WHO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번 세계보건총회(WHA)에는 194개 회원국과 옵서버 등이 참여해 WHO의 정책과 예산 등을 심의, 승인한다.
이번 WHA에서는 미국, 호주, 캐나다, 프랑스, 독일 등 서방 진영이 중국의 코로나19 대응 등을 놓고 맹공을 펼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들 국가는 코로나19의 기원이 어디인지, 중국이 코로나19 발생과 관련해 사실을 은폐한 것은 아닌지, 중국이 코로나19의 사람 간 전염 가능성을 고의로 지연 발표했는지 등을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중국 우한(武漢)에서 처음 보고된 코로나19는 지금껏 전 세계에서 30만 명 이상의 사망자와 450만 명 이상의 감염자를 발생시켰으며, 미국이 코로나19 확산의 최대 피해국으로 떠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에서 중국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WHO 또한 '중국 편들기'로 일관한다며 거세게 비난해왔다.
이에 따라 중국이 코로나19 확산에 '투명하고 신속하게' 대응했다며 중국을 옹호해온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 등도 이번 WHA에서 공격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중국은 "코로나19 기원 등과 관련해 절대 사실을 은폐한 적이 없으며, 미국 등 서방국가가 '중국 때리기'에 코로나19를 이용한다"며 강력하게 반박하고 있어 WHA에서 양 진영의 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미국 등이 중국을 유엔 최고법정인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제사법재판소는 유엔 총회 및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선출된 15명의 재판관으로 구성되며, WHO는 이 기구 내에서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가져갈 수 있다.
하지만 WHO가 특정 국가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한 선례가 없어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국제법 전문가인 아툴 알렉산더는 "설사 국제사법재판소 제소가 이뤄진다고 하라도 재판 결과를 집행할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 한 국가가 중국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거부권을 지닌 중국은 재판 결과를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필리핀 정부가 2016년 7월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을 얻어낸 바 있지만, 중국이 이를 거부해버린 것처럼 현실적으로 별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한편에서는 지난 2005년 WHO 회원국들이 채택한 국제보건규정(IHR)에 따라 중재와 협상 등의 수단으로 미·중 갈등을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양 진영 간 중재를 맡을 테워드로스 WHO 사무총장을 미국이 '친중파'라며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번 WHA에서는 대만의 WHO 재참여 문제도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이지만, 현실적인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대만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회원국이 아니라 옵서버로 WHO 총회에 참가해오다가 2016년부터는 중국의 반대로 이마저도 어려워졌다.
대만은 친중국 성향의 마잉주(馬英九) 총통이 집권한 2009년부터 2016년까지는 WHO 옵서버 자격을 얻었지만, 반중 성향인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취임한 후 옵서버 자격을 상실했다.
대만은 코로나19 확산 때 '모범 대응국'으로 부상한 것을 계기로 WHO 재참여를 모색하고 있지만, 중국은 이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 편들기'로 일관한다는 비난을 받는 WHO도 중국의 눈치를 보며 이를 논의하길 꺼린다.
이를 반영하듯 천젠런(陳建仁) 대만 부총통은 최근 "전문성과 중립성을 존중해야 하는 WHO 사무국이 중국에 굴복했다"며 "중국의 정치적 압력으로 WHO 총회 참석이 어렵게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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