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선거 강행에 대규모 감염 우려…현 대통령 15년 장기집권 종식 의미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아프리카 중부 부룬디가 20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선거에 돌입한다.
2005년 이후 집권해온 피에르 은쿠룬지자 현 대통령은 논란의 3선 연임 후 예상을 깨고 대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해 관측통들을 놀라게 했다.
에티오피아는 올해 예정된 선거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때문에 미룬 반면 부룬디는 모든 대가를 치르고라도 선거를 강행할 태세다.
18일 AFP통신 보도에 따르면 유세 현장에는 수천 명의 군중이 모여든 가운데 코로나바이러스를 의식한 조치라고는 단지 손 씻을 물 양동이와 비누뿐이다.
부룬디는 공식적으로 지금까지 단 42명의 확진자만 발생했고 사망자도 1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의사들과 야당은 정부가 실제 발병 규모를 숨기고 있다고 비판한다.
부룬디 정부는 현지에서 코로나19 대응을 관장하던 세계보건기구(WHO) 고위직 4명을 아무런 설명 없이 추방했다. 이들은 지난 16일 출국했다.
부룬디 관리들은 신의 가호로 감염률이 낮은 것이라면서 이웃나라 탄자니아와 마찬가지로 별다른 이동제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다른 많은 아프리카 나라와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여당 민주방위국민평의회(CNDD-FDD)의 대선후보인 에바리스트 은데이시미예 장군은 "두려워 마라. 하느님이 부룬디를 사랑하신다. 설령 양성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있어도 하느님은 그의 권능을 부룬디에 보여주기 위해서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로 인한 대형 보건위기가 임박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인구 1천100만명의 부룬디는 광범위한 인권침해로 점철된 은쿠룬지자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끝내고 역사의 새 페이지를 열게 됐다.
은쿠룬지자 대통령은 자신의 3선 연임에 반대하던 세력을 탄압하며 지난 5년 동안 나라를 정치적·경제적 위기로 몰아넣었다.
유엔에 따르면 2015년 4월∼2017년 5월 주로 보안군에 의한 폭력 사태로 최소 1천200명이 살해되고 40만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했다. 난민 가운데 집에 돌아온 사람은 4분의 1도 안된다.
이후 공식 사망자 집계는 되지 않았지만 유엔 조사관들은 반인도적 범죄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즉결 처형, 강제 실종, 임의 구금, 고문, 성폭행 등을 예로 들었다.
유엔과 인권단체들은 이 같은 폭력 사태의 상당 부분을 여당 청년조직인 임보네라쿠레가 저질렀다고 본다.
당초 은쿠룬지자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선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으나, 당내 소식통들은 그가 영향력있는 장군들로부터 압력을 받고 물러나기로 했다고 말한다.
지난 1월 말 여당은 은데이시미예를 후임으로 공개했다. 그는 은쿠룬지자보다 연성의 베테랑 당료이다.
은데이시미예는 유세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나 다른 6명의 후보 가운데 아가톤 르와사도 상당한 군중 동원력을 보이고 있다.
르와사는 가장 오래된 후투족 반군단체인 '민족해방군'(FNL) 지도자 출신으로, 인구의 85%를 차지하는 후투족이 보기에 역시 또다른 후투족 계열 반군 출신인 여당 후보처럼 충분한 정당성을 갖고 있다.
이번 유세는 라이벌 정당원 간 충돌과 야당 멤버 체포 등 폭력으로 얼룩졌다.
이번 선거는 유엔, 아프리카연합(AU) 등의 옵서버 없이 치러진다. 부룬디 정부가 이들을 친야당 성향이라고 거부한 데다가, 동아프리카공동체(EAC)도 입국하면 14일간 의무 격리돼야 한다고 해서 선거를 실질적으로 모니터할 수 없게 됐다.
이번 선거의 승자는 수년간의 혼란으로 망가진 데다 코로나바이러스 충격까지 받은 경제를 안정시켜야 한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부룬디는 세계 3대 최빈국의 하나로 인구의 75%가 극빈층이고 어린이 10명 중 6명이 영양실조로 인한 성장 장애를 겪는다.
부룬디 유권자는 510만명이고 대선뿐 아니라 의회, 지방선거도 함께 치러진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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