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기업 타격도 깊은데…전문가들 "2분기 더 악화"

입력 2020-05-19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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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기업 타격도 깊은데…전문가들 "2분기 더 악화"
1분기 순익 반토막됐지만 그나마 반도체가 버텨
4월부터 수출 타격 본격화…"코로나19 재확산이 회복 관건"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곽민서 기자 =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1분기 기업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거의 반토막이 났지만, 정작 더 큰 걱정은 2분기 이후라고 시장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4∼5월 수출 실적에서 뚜렷이 드러나듯 국내 주력 수출업종의 타격이 2분기 들어 본격적으로 가시화한 탓이다.
주요 수출상대국의 감염증 확산세가 최근 진정 국면에 접어들고 백신 개발이 가속화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소식이지만, 주요 전망기관에선 경기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 1분기 당기순익 47.8%↓…'코로나 쇼크' 시작
19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발표한 1분기 기업실적 집계 결과는 예상대로 충격적인 수준이었다.
12월 결산 코스피 상장사 693곳의 연결기준 1분기 실적을 보면 영업이익(19조원)이 전년 동기 대비 31.2% 급감했고, 당기순이익(11조원)은 47.8% 떨어져 사실상 반 토막이 됐다.
당초 올해 한국 경제는 세계경기 회복과 반도체 경기 반등에 힘입어 오랜 부진에서 벗어나 회복 국면에 접어들던 참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2월부터 일부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국내 실물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가시화한 게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2월 하순 들어선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폭증하면서 서비스업종을 중심으로 내수가 급격히 위축된 게 1분기 기업실적 악화의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그나마 반도체 가격 회복 등에 힘입어 주력산업인 전기·전자 업종의 당기순이익이 작년 1분기(6조9천억원)와 유사한 6조8천억원 수준을 유지한 게 서비스업종 등의 실적 추락을 만회했다.
미국, 유렵 등 주요 선진국의 감염병 확산세가 1분기 말부터 본격화했다는 점에서 코로나19가 미친 충격이 1분기에는 제한적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분기 국내 기업 실적은 반도체나 전기·전자 부문이 선방하면서 다른 나라보다는 선방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 4∼5월 수출 충격 현실화…침체 경계감 속 경제재개 기대도
시장 전문가들은 1분기보다 2분기 이후 부진을 더 걱정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한다.
한국경제의 성장 동력인 수출이 1분기까지는 비교적 선방했지만 코로나19가 선진국으로 확산한 2분기부터는 수출 감소세가 본격적으로 반영될 수 있어서다.
통관 기준으로 집계한 수출은 2월 중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했고, 3월에도 감소 폭이 0.2%에 그쳐 코로나19 영향이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4월 이후엔 우려했던 수출 악화가 본격화한 상황이다. 4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3% 급감했고, 관세청이 집계한 5월 1∼10일 일평균 수출 감소율은 30.2%나 됐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은 수출 중심의 나라인데 4∼5월 수출 실적은 그야말로 처참한 수준"이라며 "2분기 기업 실적 감소 폭은 1분기보다 더 악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의 감염병 확산세가 주춤해지면서 경제활동 재개를 시작하는 지역이 늘고 있는 점은 최악의 국면은 지난 게 아니냐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미국의 경우 대부분 주가 봉쇄 완화에 돌입한 가운데 뉴욕주는 무관중 프로 스포츠 경기 재개를 검토 중이다. 이탈리아는 다음 달부터 관광객 입국을 허용하기로 한 상태다.
미국 바이오기업 모더나(Moderna)의 1차 임상시험 성공 등 백신 개발과 관련한 긍정적인 소식도 경제 재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크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 12일 회견에서 -3.0%로 봤던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것임을 시사했다.
코로나19 발원지 논란을 빌미로 미·중 무역분쟁이 재점화할 수 있는 점도 하반기 경기를 불확실하게 하는 요인이다.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도 향후 경기 전망을 어렵게 하고 있다.
정용택 센터장은 "2분기가 지나고 나면 경제활동 재개 기대감이 나타나는 가운데 앞선 실적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도 반영되면서 수치상으로는 어느 정도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실질적인 회복의 관건은 향후 코로나19의 재확산 여부에 달려 있다"고 판단했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제 재개 이후 재확산과 같은 상황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2분기 실적이 부정적으로 나오더라도 시장에서는 향후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더 크게 가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p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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