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말라리아약 복용에 전문가 "미친짓"…우군 방송도 "충격"(종합)

입력 2020-05-19 23:50  

트럼프 말라리아약 복용에 전문가 "미친짓"…우군 방송도 "충격"(종합)
약효 입증 안됐고 심장질환·합병증 부작용 가능성…"전문가 상의 후 복용" 당부
트럼프, 폭스뉴스 지적에 "예전같지 않아" 반감…민주당선 "트럼프 거짓말일 수도"

(워싱턴·서울=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김서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매일 복용하고 있다는 폭탄 발언을 내놓자 의학계에서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간 보건의학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대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약효가 입증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심장 질환이나 합병증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해왔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류머티즘 관절염, 루푸스 등 자가면역 질환 환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사례를 따를 경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틀마다 진행하는 코로나19 진단검사에서 음성판정을 받았지만, 예방 차원에서 다른 약과 함께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복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 약은 수십 년 전부터 말라리아 치료제로 승인받은 약물로 일부 자가면역질환 치료에 사용된다.
학계에서는 현재까지 드러난 연구 결과로 볼 때 코로나19에 대한 이 약의 효과가 제한적이며, 투약에 따른 부작용을 고려해 환자에게 이를 예방 목적으로 처방하지 말도록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심장박동이나 망막 관련 안구 질환, 간 또는 신장에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들에게는 안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메스꺼움이나 설사, 감정 기복, 피부 발진 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
데이비드 유어링크 토론토대 임상약학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복용이 '미친 짓'이라며 "부작용이 없을 때만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일축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 코로나19에 대한 잠재적 치료제로 이 약을 언급한 이후 품귀 사태가 시작됐는데, 이번 언급으로 또다시 사재기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걱정했다.
일각에서는 환자들이 이 약을 비롯해 길리어드사의 렘데시비르와 같이 아직 실험 단계에 있는 약물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내놨다.
그러면서 혹시라도 이 약을 복용할 경우, 온라인 등 불분명한 경로를 통해 약물을 구매하지 말고, 의료진과 병력 및 복용 중인 약물에 대해 상의를 거칠 것을 당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우군'으로 통하는 폭스뉴스조차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폭스뉴스의 의료뉴스 수석 편집자인 매니 알베레즈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매우 무책임하다고 지적하고, 백악관 주치의가 나와 트럼프 대통령이 이 약을 복용한 뒤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설명해 줬으면 좋겠다고 비꼬았다.
폭스뉴스 앵커인 닐 카부토는 트럼프 대통령의 해당 발언 보도 직후 "정말 충격적"이라고 한 뒤 "트럼프 대통령이 '잃을 게 뭐가 있었나'라고 말할 때 특정한 취약계층은 잃을 게 한 가지가 있다. 그건 그들의 생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대통령이 괜찮다고 말한다'고 해서 일상적으로 복용해선 안 된다고 경고한 뒤 "나는 정치적 관점이 아니라 생사의 관점에서 이 말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카부토의 발언에 대해 트위터를 통해 "폭스뉴스가 더이상 예전과 같지 않다"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또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반(反) 트럼프' 인사들이 있다"며 "다른 방송사를 찾는 중"이라고 적었다.

정치권에서도 비난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CNN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의 나이와 비만을 언급하며 "나는 그가 과학자에 의해 승인되지 않은 어떤 것을 복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약 복용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만 73세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공개된 건강검진 결과를 보면 키 190.5cm, 몸무게 110kg에 콜레스테롤을 줄이기 위해 약을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MS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약 복용 발언에 대해 "순전히 무모하다"고 비판하면서 "그는 사람들에게 잘못된 희망을 주고 실제로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그가 한 일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또 "이 대통령은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고 한 뒤 "그는 (약 제조) 회사 일부를 소유한 가족이나 친구가 있을지 모르겠다. 모든 나쁜 일에서 주의를 돌리려 그렇게 했는지도 모르겠다"며 "그냥 거짓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거짓 발언을 했을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sy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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