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호르무즈 해협 샤히드 라자이 항구 운항 마비
전문가 "이란, 이스라엘 물관리 전산체계 침투에 보복한 듯"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 중동 호르무즈 해협의 이란 양대 선박 터미널 중 하나로 물동량이 풍부한 샤히드 라자이 항만.
지난 9일 선박 운항, 자동차 통행, 물류를 관장하는 컴퓨터가 일순간에 마비되면서 항구로 향하는 바닷길과 육로에는 엄청난 정체가 빚어졌다.
이란 정부는 이튿날 항구의 전산 시스템이 정체불명의 해커로부터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그로부터 1주일 후 미국을 포함한 외국 정부는 이란의 적대국인 이스라엘의 공격설을 제기했다.
이번 공격은 이란이 이스라엘의 지방의 용수 공급 시스템에 해킹을 시도한 데 대한 보복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정보 관계자를 인용해 워싱턴포스트(WP)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의 기밀 정보 접근권이 있는 한 관리도 항만 공격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했다.
이번 사이버 공격 사태를 파악 중인 한 외국 정부의 안보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공격이 매우 주도면밀했으며, 이란이 발표한 것보다 피해가 훨씬 심각하다"며 "해당 항구의 컴퓨터 시스템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WP가 당시 위성 사진을 확인한 결과 9일에는 항구에 진입하지 못한 선박들이 길게 늘어섰고, 12일에도 연안에 컨테이너를 실은 10여척의 배가 목격됐다.
이에 대해 이란 정부는 "최근 사이버 공격이 시스템 내부에 침투하는 데 실패했다"며 "항만 내 몇 개 민간 운영 시스템에만 손해를 끼쳤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대사관이나 국방부는 해당 사안에 대한 질문에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최근 양국은 비교적 절제된 수준의 공격만 주고받았기 때문에 이번 사이버 공격이 사실일 경우 긴장 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든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WP의 설명이다.
앞서 지난 8일 이란은 수자원을 관리하는 이스라엘 시골 지역의 컴퓨터 시스템 2곳에 침투해 용수 공급과 폐수 처리 시스템, 염소를 포함한 화학물질의 첨가 등을 관장하는 프로그램을 다운시키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커들은 보통 서방 적대 세력들이 활용하는 것과 같이 미국과 유럽의 서버를 통해 사이버 공격을 감행한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미국 사이버보안업체 크라우드스트라이크(CrowdStrike)의 최고기술책임자(CTO) 드미트리 알페로비치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도발에 대해 물리적이든 또는 다른 방법이든 공격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란이 로켓으로 공격하면 이스라엘도 이에 상응하는 보복 공격을 벌여왔던 것처럼 사이버 전투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의미다.
aayy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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