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WHO에 "중국 꼭두각시" 원색 비난하며 영구 지원중단과 탈퇴 위협
폼페이오, WHO 대만 배제와 실종 티베트 지도자 겨냥…전날도 홍콩문제 지적
미 보건장관도 중국 겨냥 "투명성 부족해 사태 키웠다" 비난
(워싱턴·서울=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김서영 기자 =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책임을 놓고 '중국 때리기' 수위를 높이는 동시에 중국에서 가장 민감해하는 대만, 티베트, 홍콩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미·중 갈등이 다시 격화하면서 지구촌이 '신냉전'에 휩싸이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세계보건기구(WHO)를 "중국 중심적이며, 중국의 꼭두각시"라고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미국은 (WHO에) 일 년에 4억5천만 달러(약 5천512억원)를, 중국은 일 년에 3천800만 달러(약 465억원)를 주는데도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날 열린 WHO의 연례 세계보건총회(WHA)에도 불참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책임론과 관련, "중국은 그들이 한 일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 전세계를 아주 아주 심하게 해쳤고 그들 자신도 해쳤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트위터에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에게 보내는 서한을 공개하고 "30일 이내에 상당한 실질적 개선을 이루는데 헌신하지 않는다면, 나는 WHO에 대한 미국의 일시적 자금 중단을 영구적으로 전환하고 우리가 다시 이 기구 회원국이 되는 것에 대해 생각하겠다"며 최후통첩까지 했다.
이 서한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WHO는 중국으로부터 독립돼있다는 점을 입증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경고도 남겼다.
미 외교 수장인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은 WHO의 대만 배제 문제를 시작으로 홍콩과 실종된 티베트 종교 지도자까지 거론하는 등 중국이 민감해하는 여러 외교 문제들로 대중 전선을 전방위 확대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WHO가 총회에서 대만의 참가를 배제한 데 대해 이는 WHO의 신뢰를 손상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WHO 사무총장과 중국을 겨냥,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이 중국의 압력에 따라 대만을 WHA에 초청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미국은 대만의 WHO 참여를 지지해왔지만,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어긋난다며 대만의 가입 시도를 견제해 왔다. 당초 이번 WHA를 앞두고 대만의 초청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중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25년간 실종 상태인 티베트의 종교지도자 문제를 언급하며 중국을 더 압박했다.
그는 중국 정부에 티베트 불교에서 달라이 라마에 이은 두 번째 서열인 11대 판첸 라마의 행방을 밝히라며 "티베트 불교 신도들은 정부의 어떤 간섭도 받지 않고, 전통에 따라 스스로 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전날에도 홍콩 문제를 꺼내 들어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언급하면서 중국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그는 최근 홍콩에서 벌어지는 미국 언론인에 대한 중국의 간섭 위협을 주목하고 있다면서 홍콩에 있는 미국 언론인은 "선전집단이 아니라 자유 언론의 일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홍콩 민주화 시위로 골머리를 앓았고, 대만과의 양안 관계에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천명해온 중국 입장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들을 미국이 거침없이 들고나온 것이다.
중국으로선 정부의 정통성과 직결돼 넘지 말아야 할 '레드 라인'(타협이 이뤄질 수 없는 쟁점 사항)을 건드리는 행위로 인식할 개연성이 농후하다.
미 정부는 지미 카터 행정부 때인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고 대만과 단교했다. 다만 미국은 대만과 단교하면서도 국내법으로 대만관계법을 제정, 대만 문제에 관여하는 길은 열어놓은 상태다.
코로나19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 외에도 미 정부의 '중국 때리기'는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을 대리해 WHA에 참가한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 장관은 화상 연설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은 WHO의 실패로 인해 많은 부분이 통제 불능 상태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발병을 숨기려는 명백한 시도에서 최소한 한 회원국이 투명성 의무를 조롱했다"며 중국을 겨냥, 책임론을 제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중국과 모든 관계를 끊을 수도 있다"고 거칠게 몰아붙였으며, 이튿날에는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를 겨냥한 고강도 제재 조치를 내놓기도 했다.
zoo@yna.co.kr, s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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