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 아파트 옆 40여년 된 판자촌에 마스크·라면 선물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아파트가 들어서기 훨씬 전, 41년 전부터 여기 삽니다. 집이 수시로 물에 잠기지만 돈이 있어야 이사를 하죠."
인도네시아판 '구룡마을'로 이름 붙일 수 있는 자카르타 남부 판자촌 '찌프테 우타라'(Cipete utara)에 사는 할머니는 19일(현지시간) 연합뉴스 특파원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서울 강남의 판자촌 구룡마을 뒤에 타워팰리스가 우뚝 솟아있는 것처럼 찌프테 우타라 마을 뒤에는 45층짜리 초고층 아파트들과 백화점 복합단지 끄망빌리지가 들어서 있다.
끄망빌리지에는 한국인을 포함해 많은 외국인이 살고 있다.
판자촌과 끄망빌리지 사이에는 개천이 흐르는데, 자카르타 외곽에 폭우가 내리면 개천물이 불어나 판자촌 전체가 어김없이 물에 잠긴다.
올해 1월 1일 새해 첫날 발생한 자카르타 홍수 때도 이 마을은 지붕까지 물에 잠겼다.
가뜩이나 힘든 형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 올해는 우기까지 길어져 판자촌 주민의 애로가 크다.
이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송광종 동남아남부 협의회 회장은 회원들이 마련한 마스크 300장과 유통사로부터 기부받은 불닭볶음면 40개들이 30박스, 쌀과 과자를 대표로 전달하러 이 마을을 방문했다.
끄망빌리지 반대편 대로에서 표지판도 없는 좁은 길로 들어가면 빈민가가 나온다.
빈민가 외곽에는 개천물이 넘는 것을 막는 높은 제방이 둘러쳐져 있다.
이 제방 바깥쪽, 개천과 바로 맞닿아 매년 수차례 물에 잠기는 곳에 '판자촌'이 있다. 이곳에는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16가구, 80명이 산다.
전기가 안 들어오고, 상하수도 시설도 없어, 전염병에 취약한 구조지만 다행히 현재까지 코로나19 환자는 나오지 않았다.
마을 대표 나낭(50)씨는 "한국인들이 이렇게 도움을 줄지는 생각도 못 했다"며 "우리 같은 형편에 라면과 마스크는 큰 도움이 된다. 한국분들께 진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집마다 라면과 마스크 등을 나누어 가진 주민들은 "뜨리마까시 바냑"(정말 감사합니다)이라며 밝게 웃으며 감사를 표했다.
판자촌 주민들은 집 천장까지 물에 잠겼었다며 집안 내부와 지난 1월 홍수 당시 촬영한 동영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홍수가 문제지만, 돈이 없다"며 크게 웃었다. 어른들이 웃으니까 아이들도 따라 웃었다.
송 회장은 "민주평통은 남북평화통일을 위해 만든 단체지만, 어차피 봉사하는 단체"라며 "인도네시아 서민들과 소통하고, 구호품을 지역사회에 고루 분배하는 차원에서 판자촌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송 회장은 19∼20일 자카르타 수도권의 판자촌, 빈민가 두 곳을 포함해 보육원과 수녀원, 다문화가정 지원단체, 무료 급식단체 등을 차례로 방문해 불닭볶음면 총 2만개와 천으로 된 이중마스크 총 5천장을 전달한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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