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퇴색한 경제 치적 복원하려 감염병 위험성 저평가할 의사 동원
의료계 "과학무시 경악"…백악관은 보건당국 권고 '마사지'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는 공화당 선거운동 단체가 가능한 한 빨리 경제활동을 재개하기 위해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저평가할 의사들을 동원하기로 했다고 AP통신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보수단체 CNP 액션이 조직한 선거운동단체는 지난 11일 전화회의에서 이 같은 계획을 논의하고 참여할 의사 27명의 명단까지 확보했다.
이들은 친트럼프 의사들을 TV 방송에 내보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도입된 경제활동 봉쇄조치를 신속하게 해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 계획은 미국 보건당국이 용납할 때까지 경제활동 재개를 유보하면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불리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선진국들보다 높은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치적으로 강조해오다가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에 직면해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그는 신속한 경기회복을 대선 승리의 열쇠로 보고 경제 재개를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나 의료 전문가들이 분석한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이 바라는 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
미국 최고의 전염병 전문가이자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의 일원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을 비롯한 의료 전문가들은 봉쇄를 너무 일찍 완화하면 사망자가 급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친트럼프 의사단 모집을 추진하는 선거운동 조직의 팀 머토프 대변인은 "우리 연대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믿는 것과 정확히 같은 정책을 지지하고 정확히 같은 말을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가능한 한 빨리 재개하기를 원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왔다"고 말했다.
CNP 액션은 미국 여당인 공화당을 지지하는 조직인 국가정책위원회의에 가입된 단체로서 코로나19 봉쇄조치에 반대하는 싱크탱크, 정치단체들의 연대체인 '구국연합'(Save Our Country Coalition)에도 참여하고 있다.
정치적 성향을 지닌 의사들을 매스미디어에 동원해 여론을 움직이겠다는 발상에 미국 의료계는 깜짝 놀라는 모습이다.
와파 엘사드 미국 콜럼비아대 전염병학 교수는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긴급상황에서 정부가 과학에 토대를 둔 정보를 일관적으로 대중에 전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엘사드 교수는 "매우 경악할 일"이라며 "과학과 증거에 토대를 두지 않은 정보를 의사들이 홍보하도록 한다는 건 완전히 무책임한 짓"이라고 말했다.
그는 "밖에 나도는 의견 중에 정치적 이해관계가 있는 의견이 많고 그 때문에 혼란이 생긴다"며 "지금 우리가 처한 건 엄청나게 위험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 내부에서는 경제활동 재개에 대한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권고가 무시당하고 입맛에 맞게 변형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CDC는 애초 63페이지에 달하는 권고안을 백악관에 제출했으나 너무 제약이 많고 구체적이라는 이유로 지난 1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이끄는 코로나19 태스크포스가 이의 배포를 막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14일 백악관이 공개한 CDC의 권고는 기각된 유출된 초안과 비교할 때 훨씬 느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NBC방송에 따르면 크리스 머피(민주·코네티컷) 상원의원은 "범죄로 볼 정도로 애매한 권고"라며 "어떻게 언제 경제활동을 재개하거나 중단할지 구체적인 사안이 하나도 없다"고 평가했다.
NBC방송은 "쓸모가 없는 권고"라며 "초안과 비교하면 애매해진 것은 의도된 전략이고 단순히 구체적이지 않은 게 아니라 해롭다"고 진단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일부 공화당 주지사들이 봉쇄를 완화하고 있는데 CDC는 그에 따라 사망자가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현재 CDC는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가 10만명을 넘어설 시점을 애초 늦여름에서 6월 1일로 앞당긴 상태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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