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600마리만 남아…"다리 걸려 며칠 동안 굶다 죽어"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에서 멸종위기종인 수마트라 호랑이가 덫에 걸려 폐사한 채 발견됐다.
20일 안타라통신 등에 따르면 수마트라섬 중부 천연자원보호국(BKSDA)은 지난 18일 리아우주의 농부들이 팜 농장 인근에서 호랑이 사체를 발견해 신고했다고 밝혔다.
호랑이의 사체는 다리가 철제 덫에 걸려 있었고, 부패를 시작한 상태였다.
야생동물보호 당국 관계자는 "죽은 호랑이는 생후 1년 반 정도 된 수컷 호랑이"라며 "덫에 다리가 걸려 며칠 동안 먹고 마실 수 없어 죽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국은 가죽을 노린 밀렵꾼이 덫을 놓았을 것으로 의심하고 조사 중이다.
수마트라 호랑이는 1970년대에는 1천마리 정도로 파악됐으나 산림파괴와 계속된 밀렵으로 현재 야생에 400∼600마리 정도만 남은 멸종위기종이다.
호랑이를 잡아 가죽을 판매하는 밀렵꾼은 물론 임신한 호랑이를 죽여 태아 네 개를 보존용액에 담가서 보관하다 붙잡힌 일당도 있다.
호랑이 밀렵 혐의로 유죄가 인정되면 5년 이하 징역과 1억 루피아(851만원)의 벌금형이 선고된다.
서식지 파괴에 따른 호랑이와 인간의 '영역 갈등'도 커지고 있다.
수마트라섬 남부에서는 작년 11월∼12월 수마트라 호랑이의 공격으로 최소 5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호랑이는 작년 11월 16일 뎀포화산 인근 캠핑장 텐트를 덮쳐 이르판(18)이라는 야영객이 머리와 등을 다쳤고, 같은 달 17일에는 커피농장 농부 쿠스완토(58)를 물어 죽였다.
12월 2일에는 마르타(24)라는 커피농장 농부가 호랑이에 허벅지를 물렸으나 목숨을 구했고, 5일에는 농민 유디안사 하리안토(40)가 호랑이에 물려 신원조차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로 발견됐다.
호랑이는 같은 달 12일에는 농민 무스타디(52), 22일에는 수하디(50), 27일에는 야외에서 목욕하던 여성 술리스티아와티(30)를 각각 물어 죽였다.
올해 들어서는 수마트라섬 남부에서 호랑이로 인한 인명피해 소식이 없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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