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최소 55조원"…39개州, '75% 보전법' 보류 요청하며 100% 요구
"코로나19가 주정부 예산 파괴…더할 수 없이 나쁜 상황"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미국 각 주(州)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들인 비용 전액을 보전해달라고 연방정부에 요청하고 나섰다.
미 지방정부가 일제히 재난 등에 따른 100% 비용 보전을 요청한 것은 이례적으로, 세수 급감으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미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지금까지 39개 주가 코로나19로 인한 의료용품과 검사 등의 서비스에 대한 비용 전액을 보상해달라면서 FEMA 관련 법 보류를 요청해왔다고 밝혔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EMA 관련 법에 따르면 주 정부는 관련 비용의 75%를 보전받을 수 있다.
WSJ은 "코로나19와 싸우려 지출한 돈은 최소 450억 달러(약 55조원)로 추정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보류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FEMA 대변인은 전미주지사협회(NGA)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련 비용 전액 면제를 요청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FEMA 관련 규정을 보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록 상원 통과 가능성은 작지만, 지난주 미 하원에서 처리된 3조 달러(약 3천60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용 추가 예산법안에는 100% 보전안이 포함돼 있다.
미 정부는 '25% 갭'을 메우기 위해 앞서 처리된 경기부양 패키지법(Cares Act) 기금을 사용할 수 있다고 지난 18일 각 주지사에게 밝혔다고 WSJ은 전했다.
이와 관련, 호건 기들리 백악관 부대변인은 "그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각 주와 지방정부에 중요한 유연성을 제공하는 또 다른 사례"라고 언급했다.
WSJ은 "주 정부의 전면적인 보전 요청은 전례가 없다"며 FEMA는 그동안 재난에 영향을 받은 개별 주나 작은 그룹 단위로부터 보전을 요구받아왔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 때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은 특정 프로젝트에 대해 루이지애나주에 전액 보전을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2017년 허리케인 마리아 당시 푸에르토리코에 전액 지원을 지시한 바 있다.
이처럼 지방정부가 일제히 전액 보전을 요구하고 나선 데에는 적지 않은 서비스를 줄여야 하는 예산 부족 상황에 직면한 데 따른 것이다. 실업률이 엄청나게 치솟아 주 예산을 메워야 할 세수 급감 징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540억 달러 부족분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주들 역시 법 집행기관이나 소방관 등 필수 인력에 대한 임금삭감과 일시해고를 경고하는 상황이다.
FEMA에서 근무하다 주 정부를 컨설팅하는 베스 짐머맨은 "코로나19가 예산을 파괴하고 있다"며 "더할 수 없이 나쁜 상황(perfect storm)"이라고 말했다.
델텍사에서 지방정부 지출을 추적한 크리스 딕슨은 각 주가 3월에 이미 FEMA의 재난 기금에 배정된 액수인 최소 450억 달러를 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에게 FEMA가 100% 보전해 줄 것이라고 언급했었지만, 아직 공식 승인은 하지 않았다.
WSJ에 따르면 FEMA는 지난주 각 주 보전용으로 약 60억 달러를 책정했다. FEMA가 잠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보유 자금은 800억 달러다.
당장 미국 내 코로나19 최초 발생 주인 워싱턴이 보전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신문은 전했다.
워싱턴 주지사의 연방 연락담당인 케이시 케이팀스 고문은 주가 장비구매 등에 5억 달러 이상 지출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연방정부가 지원해주지 않으면 최소 1억2천500만 달러의 자금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케이팀스 고문은 "긴급상황으로 비용이 평소보다 많이 들 경우 저가로 이용할 수 없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현 시장가격을 기록해야 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전염병 대유행 기간을 고려할 때 보전 절차가 수개월, 심지어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지방정부는 사태 초기 물자 구매 경쟁 속에서 과도하게 바가지를 쓴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FEMA 규정에 따르면 지방정부가 보전을 받으려면 비용이 '합리적'이어야 한다.
이는 '신중한 사람'이 집행했을 때 발생할 비용을 초과해선 안 된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이는 해석의 여지가 있다고 WSJ은 전했다.
honeyb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