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위험한 정치적 결정" 비난…주지사들도 반대 의견 우세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 보건부는 20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에게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과 유사 약물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사용을 확대하는 내용의 새로운 지침을 마련했다.
새 지침은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중증뿐 아니라 경증 환자에게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항생제인 아지트로마이신과 함께 처방하도록 권고했다.
보건부가 마련한 새 지침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앞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재계 인사들과 대화를 통해 그동안 코로나19 중증환자만 의사의 처방에 따라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사용하게 돼 있는 지침을 바꿔 초기 증상 환자에게도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새 지침은 보건장관 2명이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코로나19 대응 방식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다가 사임한 직후 마련된 것으로, 장관 대행을 맡은 군 장성 출신 에두아르두 파주엘루 차관이 새 지침을 발표했다.
의료계에서는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치료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데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범미보건기구(PAHO)도 권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들어 코로나19 환자에게 사용하는 데 신중한 자세를 주문하고 있다.
보건 전문가들은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사용이 정치적 고려에 따라 이루어졌다고 지적하면서 '매우 위험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브라질 감염병학회(SBI)는 성명을 통해 "충분한 과학적 증거도 없는 상태에서 코로나19 환자에게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사용하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대응을 지휘하는 주지사들도 대체로 보건부 지침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주지사들은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코로나19 증상을 보이는 모든 환자에게 사용하라는 보건부 지침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16일 사임한 루이스 엔히키 만데타 전 보건부 장관은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사용을 섣붙리 확대했다가 부작용이 생기면 중환자실 병상 운용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으며, 병원을 찾지 못하고 가정에서 사망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보건장관 물망에 오른 여성 의사 니지 야마구시는 "지금까지 나온 연구 결과는 이론에 불과하다"면서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경증·중증 환자 모두에게 사용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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