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국제원조 약속·투명성 언급' 정조준…"기자회견 열어 질문 받아라"
트럼프 "또라이·얼간이" 말폭탄 이어 공산체제 공격…"中, 세계에 끼친 비용 9조달러"
중국 "미국 왜 마스크 착용에 반대했나"…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에 강력 항의
(워싱턴·베이징=연합뉴스) 송수경 김윤구 특파원 = 중국의 연중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앞두고 미중 양국이 또 다시 격렬하게 충돌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0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관련, '악랄한 독재정권'으로 칭하는 등 중국을 향한 공격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으며 중국은 이에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특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8일 세계보건기구(WHO) 화상총회에서 '2년간 20억 달러 국제원조'를 약속한 데 대해 중국이 전 세계에 끼친 인적·물적 피해에 비하면 보잘것없다고 직격하고 '투명·공개성' 주장도 정면으로 반박하는 등 시 주석을 정조준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중국을 비난하면서 시 주석을 직접 겨냥한 것은 이례적으로 보인다.
이날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국의 무능이 코로나19로 인한 전세계적 대량 살상을 가져왔다"고 중국 책임론을 거듭 제기하면서 "또라이", 얼간이"라는 막말까지 써가며 중국을 강력히 성토한 직후 나온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국무부 청사에서 진행된 언론 브리핑에서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과의 싸움에 대한 중국의 기여금은 그들이 전 세계에 지운 비용에 비하면 쥐꼬리만 하다(paltry)"고 직격탄을 날렸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 전염병은 대략 미국인 9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3월 이래 3천600만명 이상의 미국인이 실직했다"며 "전 세계적으로는 30만명이 생명을 잃었다. 우리 추산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의 (대응) 실패로 인해 전 세계에 부과된 비용이 9조 달러 안팎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백신 연구에서부터 대비 노력, 인도적 지원에 이르기까지 국제적 대응에 도움이 되기 위해 약 100억 달러 규모로 대응했다"며 "이는 중국의 20억 달러와 비교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대만이 이번 세계보건총회(WHA)에 참석하지 못한 것과 관련, "중국 공산당은 대만을 배제하도록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을 압박했다"며 "나는 테워드로스 박사와 베이징의 이례적인 밀착 관계가 현재의 팬데믹 한참 전부터 시작된 것을 알고 있다. 이는 심히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중국은 시종 공개적이고 투명하며 책임지는 태도를 보였다'는 시 주석의 연설 발언을 거론, "그러면 좋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이 진정한 개방성, 진정한 투명성을 보여주길 원한다면 우리가 하는 것과 같은 기자회견을 손쉽게 열어서 모든 기자가 원하는 어떤 것이든 그(시 주석)에게 물어보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브리핑을 시작하면서 "중국은 1949년 이래 악랄한 독재 정권, 공산주의 정권에 의해 통치돼왔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대응은 공산국가 중국에 대한 우리의 보다 현실적인 이해를 가속시켰다"며 중국의 이번 코로나19 대응이 정권의 실체를 보여준 것이라는 취지로 맹비난했다.
또한 미국 국민 66%가 중국에 비우호적이라고 답한 퓨 리서치센터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언급, "이는 중국 공산당의 선택에 따른 결과"라며 중국 정권의 본질은 새로울 게 없다고 공격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이 껄끄러워하는 홍콩, 대만, 남중국해 등의 문제도 거론하며 전방위로 전선을 넓혔다.
이런 가운데 미 국무부는 일국양제를 주장하는 중국의 강한 반발이 예상됨에도 이날 오후 대만에 대한 신형 어뢰 판매를 승인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국무부는 "(대만) 안보를 향상하고 그 지역의 정치적 안정 및 군사적 균형과 경제 발전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1억8천만 달러(약 2천200억원)어치의 중형 어뢰와 예비 부품 및 지원·시험 장비 판매 승인 사실을 의회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코로나19와 대만 문제 등을 둘러싼 미국의 전방위 압박에 강하게 반발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정례브리핑에서 대만 무기 판매를 놓고 "중국은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에 단호히 반대하며 이미 미국에 엄정 교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해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와 대만과의 군사 연락을 중단해 중미 관계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에 더는 해를 끼치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폼페이오 장관이 중국의 정치제도를 공격하고 대만, 홍콩 문제 등으로 중국을 비판한 것에 대해서는 "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폼페이오는 이번에도 사실을 무시하고 아무렇게나 함부로 말하고 있다"면서 "그가 거짓말을 퍼뜨리는 것은 국제적으로 이미 실패로 끝났다"고 말했다.
자오 대변인은 "신중국 성립 후 70여년간 중국 인민은 공산당의 지도 아래에 중국 상황에 맞는 발전의 길을 걸어오며 세계가 주목하는 위대한 성취를 이뤘다"면서 "중국이 선택한 발전 도로는 전적으로 옳으며 인민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기여금은 그들이 세계에 지운 비용에 비하면 쥐꼬리만 하다"는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에 대해서도 "사실무근이며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미국의 코로나19 중국 책임론에 역공을 했다. 그는 "폼페이오는 전 세계에 분명히 말해야 한다"면서 "미국 정부는 왜 1∼3월 긴 시간에 제대로 방역 조치를 하지 않았나? 왜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는 것에 반대했나?"고 반문했다.
자오 대변인은 "미국의 전염병 상황은 누구의 책임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면서 미국이 중국에 코로나19 확산의 책임을 지우려는 시도는 성공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미국의 적은 중국이 아니라 바이러스이며 단결이 바이러스에 승리할 수 있는 최고의 무기"라고 말했다.
그는 폼페이오 장관이 대만, 홍콩 문제에서도 중국의 내정에 간섭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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