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장악법안' 논란 핵심 인물…아베 인사 책임 도마 위에
野 "내각 전체의 책임"…법무상 사임·내각 총사직 주장도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이세원 특파원 =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구로카와 히로무(黑川弘務) 도쿄고검 검사장이 이른바 '마작스캔들'로 낙마했다.
구로카와 검사장은 아베 정권의 검찰 장악 의도라는 비판을 받은 검찰청법 개정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여론의 반발에 검찰청법 개정을 일단 보류한 아베 총리로서는 차기 검사총장(검찰총장에 해당) 유력 후보자로 알려진 구로카와 검사장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또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사태가 선포된 가운데 기자들과 내기 마작을 했다는 의혹이 주간지에 보도된 구로카와 검사장은 21일 아베 총리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모리 마사코(森雅子) 일본 법무상은 이날 기자단에 구로카와 검사장이 내기 마작을 한 사실을 인정했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모리 법무상은 구로카와 검사장의 사직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후임자에 대해서는 "신속히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NHK를 통해 생중계된 기자회견에서도 구로카와 검사장이 긴급사태 기간인 이달 1일과 13일 두 차례에 걸쳐 보도기관 관계자 3명과 아파트에서 내가 마작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그런 행동은 극히 부적절"하며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구로카와 검사장의 사직은 22일 열리는 각의(閣議·우리의 국무회의격)에서 승인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원래는 올해 2월 퇴직했어야 하는 구로카와 검사장의 정년을 6개월 연장하는 전례 없는 결정을 앞서 내렸고, 이로 인한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검사장 등 간부의 정년 연장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검찰청법 개정을 추진했다.
이로 인해 정계 인맥이 두터운 구로카와 검사장이 사실상 차기 검사총장으로 내정됐다는 관측과 함께 검찰청법 개정안은 그의 정년 연장을 정당화하려는 시도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아사히(朝日)신문은 검찰청법 개정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강행하지 않기로 일본 정부가 결정한 뒤 구로카와 검사장이 "나의 인사로 국회가 혼란을 겪었다"며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는 뜻을 주변에 밝혔다고 보도했다.
검찰청법 개정 논란과 별개로 구로카와 검사장은 주간지 '슈칸분슌'(週刊文春) 최신 호에 실린 내기 마작 보도로 사직하게 됐다.
슈칸분슌은 구로카와 검사장이 긴급사태가 발령돼 일본 정부와 지자체가 불요불급(不要不急)한 외출 자제 등을 당부하는 가운데 산케이(産經)신문 기자의 자택에서 기자들과 내기 마작을 했다고 보도했다.
구로카와 검사장은 고위 공직자임에도 긴급사태 와중에 코로나19를 확산시킬 우려가 있는 행동을 한 셈이며 도박 혐의로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검찰청법 개정안을 무리하게 추진했다가 여론의 반발에 일단 보류해 정치적 구심력에 타격을 입은 아베 총리는 구로카와 검사장의 마작 스캔들로 다시 한번 궁지에 몰리게 됐다.
이번 사건으로 구로카와 검사장은 부적격자였다는 비판이 쇄도할 것으로 보이며 그의 정년퇴직을 연장해 공직에 남겨둬야 한다고 결정한 아베 정권의 인사 책임이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입헌민주당 등 4개 야당은 정부와 여당이 사실관계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으면 22일 이후 국회 심의에 응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야당 내에선 구로카와 검사장의 사표 제출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모리 법무상의 사임, 심지어 내각 총사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입헌민주당 대표는 "탈법적인 (정년 연장 관련) 각의 결정으로 (구로카와를) 검사장 자리에 머물게 한 내각 전체의 책임"이라며 아베 총리의 책임을 추궁하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밝혔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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