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지대 해안가에서 고지대·본토로 확산…남극반도 첫 녹조 지도 제작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하얀 눈으로 덮인 남극 대륙의 해안에서는 '녹색 눈'이 종종 눈에 띈다. 녹조류가 만들어내는 이런 녹색 눈은 대륙에 꼬리처럼 달린 남극반도의 서쪽 해안에 집중돼 있다.
흰색의 눈과 얼음 사이에서 녹색으로 눈길을 끌다 보니 '진풍경'이 되기도 하는데, 이런 녹색 눈도 지구온난화로 변화를 맞을 것으로 예측됐다. 해안 저지대에 있는 녹색 눈은 녹아 완전히 사라지고 고지대와 본토로 확산하며 더 늘어난다는 것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과 BBC뉴스 등에 따르면 이 대학 행성과학과의 매트 데이비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유럽우주국(ESA)의 센티넬 2호 위성이 촬영한 사진 자료와 현장 조사를 토대로 남극반도의 첫 녹조 지도를 만들고 관련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남극반도의 눈 표면을 녹색으로 물들인 녹조 무리가 총 1천679개에 달했으며 총면적으로는 1.9㎢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했다.
녹조가 에너지를 얻기 위해 광합성을 하는 과정에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CO₂)를 끌어들이고 산소를 배출하는데, 남극반도의 녹조는 연간 479t의 CO₂를 포집할 수 있는 양인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이런 양이 영국 내 휘발유 자동차 87만5천대가 내뿜는 것에 맞먹는 것이라고 했다.
녹색 눈은 남반구 여름(11월~2월)에 평균 기온이 0도를 약간 웃도는 해안가의 살짝 녹은 눈에서 형성되는데, 주로 남극반도 서쪽 섬들에서 집중적으로 발견됐다.
남극반도는 20세기 말 가장 급속한 온난화를 겪은 곳으로 꼽힌다.
녹색 눈은 60%가 펭귄 서식지 5㎞ 이내에서 발견됐으며, 도둑갈매기를 비롯한 조류의 둥지나 물개가 서식하는 해안가 인근에서도 많이 형성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양 조류나 포유류의 배설물이 녹조에 질소나 인(燐) 등의 영양분을 공급하는 자연 비료 역할을 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녹색 눈의 3분의 2 가까이가 고지대가 없는 낮고, 작은 섬에 형성돼 있어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눈이 녹으면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남극반도 북부와 사우스셰틀랜드 제도 등의 대형 녹색 눈은 고지대와 본토로 확산하면서 남극대륙의 녹색 눈 총량은 크게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데이비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남극대륙의 육상생물과 이들이 앞으로 다가올 기후변화에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대한 이해를 크게 진전시키는 것"이라면서 "녹색눈은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의 CO₂를 포집할 수 있는 남극대륙의 능력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라고 했다.
연구팀은 홍조와 황조 등도 CO₂를 포집할 수 있어 남극대륙의 CO₂ 흡수능력은 이번 연구에서 제시된 것보다 훨씬 더 클 수 있다면서 다른 조류를 포함해 남극 전체로 연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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